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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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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84회 작성일 17-05-09 12:08

본문

어느 날 저녁 /이상국

마트에서 돌아오는데
간지럼 혹은 무슨 즐거움 같은 게
나를 슬쩍 건드리고 지나간다
비닐봉지에 든 맥주였을까
저만치 가는 여자의 단발머리일까
하여튼 집으로 돌아오는데
수줍은 듯한 어둠도 그랬지만
서늘한 가로등도 나를 아는 것 같았다
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
나는 늘 저녁의 골목을
집 나갔다 오는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돌아오고는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차오르는 어둠에 아무렇게나 몸을 적신 나를
무슨 희망 같은 게
물고기처럼 툭 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그때 골목길에는 나밖에 없었고
소년처럼 반바지를 입은 데다
비닐봉지를 든 나를 그렇게 건드리고 간 것은
아무래도 나인 것 같았다

(달은 아직 그 달이다, 2016년)

///나를 건드리지 않는 나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이젠 나를 더이상
건드리지 않을 작정인지 어느 날 저녁이든 아침이든 그를 만나면
그래도 잘 하고 있다고 격려나 해줘야겠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그를
챙기겠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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