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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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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장 / 이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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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6회 작성일 17-05-1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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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장 / 이근화




    뙤약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 개털과 닭털이 섞여 뿌옇게 몰려가고 있었다 / 기름이 지글거리고 있었다 / 마른침을 삼켰다

    과일이 산처럼 쌓이다 허물어지기를 반복하였다 / 곡식이 시름시름 슬픔을 쪼개고 있었다 / 시장에 가는 게 내 잘못은 아니다

    미친놈은 중얼중얼 취한 놈은 고래고래 / 욕설과 은어가 사람들을 튕겨내고 있었다 / 낮달은 민민한 낯으로 하늘을 갉아 먹고 있었다

    헌 돈도 새 돈도 새파랗게 같았다 / 시든 야채에 물을 주면 살아날까 싶었다 / 살아남은 것이 너인가도 싶었다

    약장수는 약 아닌 것도 끼워 팔고 있었다 / 너무 많이 배운 잉꼬가 형형색색 갇혀 있었다 / 덜 배운 비둘기가 회색빛 하늘을 날아가지 못했다 / 자유 평등 평화에 대해 묻지 않았다

    좌판의 물건들이 나의 죄를 비추고 있었다 / 재래시장이 재래의 나를 비웃었다 / 숨바꼭질하듯 발걸음이 빙빙 돌았다 / 검은 봉다리를 주렁주렁 달고 걸었다



鵲巢感想文
    시인 이근화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를 읽었다. 시집이 여러모로 감상하기에 꽤 괜찮았다. 이 중 한 편을 골라 글을 쓴다. 물론 이 글 외에도 쓰고 싶은 것이 상당히 많았지만, 이 시가 뭔가 그래도 톡 쏘는 것이 있어 선택했다.
    시제가 모란장으로 장날을 시로, 장날 분위기를 시의 맥으로 잡아 이미지 중첩을 노린 시다. 뙤약볕이 쏟아지는 장날이기도 하지만, 뙤약볕처럼 보는 시다. 개털과 닭털이 섞여 뿌옇게 몰려가고 있는 장날 분위기지만, 시는 처음 읽으면 역시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기름이 지글거리고 있는 장날, 기름이 끓듯 마음도 끓는다. 마름 침을 삼키듯 마름 침 같은 낱장을 만지며 넘겨야 하는 것은 시인의 일이다.
    과일이 산처럼 쌓이다 허물어지기를 반복하는 것도 장날 분위기며 시 해석도 시 작문도 과일처럼 먹음직스럽게 만들다가도 허물어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곡식이 시름시름 슬픔을 쪼개고 있듯 시인의 눈은 글이 곡식처럼 닿기도 해서 글의 처지로 보면 슬픔이며 쪼개는 웃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장에 가는 게 내 잘못은 아니듯 시집을 보는 것 또한 무슨 큰 잘못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여러 사람이 많다. 미친놈도 있고 취한 놈도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미친 것처럼 혼자 중얼중얼한 것도 취한 것처럼 고래고래 고성방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시장과 시는 욕설과 은어가 난무해서 사람들을 튕겨내기도 한다. 낮달은 이상향이다. 민민한 낯으로 하늘을 갉아 먹는다는 말은 어떤 이상향이 눈에 보이기라도 하면 머리는 온통 그 생각뿐이라는 것이다.
    헌 돈도 새 돈도 새파랗게 같듯 시는 예전이나 금방 나온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시든 야채에 물을 주면 살아날까 싶어 몸짓을 해보지만, 역시나 시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약장수가 약 아닌 것도 끼워 팔고 있듯 시는 시 해석과 다르게 덤으로 딸려오는 이미지가 있다. 형형색색 갇혀 있는 것이 시며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못한 많은 글쟁이는 늘 그 수준을 못 벗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덜 배운 비둘기가 아니라 좀 더 배우는 자세를 취해야 하지만, 시인은 늘 부끄럽다. 자유 평등 평화에 관해 묻지 않았다. 시는 그런 것이 필요가 없다. 시 자체가 자유 평등 평화를 지향하니까 말이다.
    좌판의 물건들이 나의 죄를 비추고 있듯 뻐젓이 내놓은 시집 한 권은 무언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 부끄럽고 재래시장이 재래의 나를 비웃듯, 특별한 화법이나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 말만 떠벌리는 건 아닌지 시인은 반성한다. 숨바꼭질하듯 발걸음이 빙빙 돌 듯 시는 그렇게 썼고 검은 봉지를 주렁주렁 달고 걷는 것처럼 나는 왜 그리도 시만 썼을까 말이다.

    일일삼성오신(一日三省吾身)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에 세 번 내 몸을 살핀다는 뜻이다.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말로 증자는 "나는 매일 내 몸을 세 번 살핀다[吾日三省吾身].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하는데 충실하지 않았는지[爲人謀而不忠乎], 벗과 함께 사귀는데 신의를 잃지 않았는지[與朋友交而不信乎], 스승에게 배운 것을 익히지 못하지는 않았는지[傳不習乎]"라고 하였다.
    시는 잘 쓰면 본전이다. 까닥 잘못하면 비판의 소지가 많고 더 나가 상처를 입는 경우도 생긴다.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이끈다면 그만큼 좋은 시도 없을 것이다. 물론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해당한다. 평범한 글이 물린다면, 깊이를 잴 수 없는 시학은 영혼을 다 잡아 주어 어떤 종교 같은 의미로 내 앞에 선다. 체험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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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현대문학’ 등단
    이근화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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