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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 조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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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44회 작성일 17-04-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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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 조혜정

물소리가 들렸던가
꿈 바깥에서 물이 새고 있었던가
똑, 똑, 떨어지는 물소리가
차오르는 물소리와 함께
밀려오고 밀려갔던가

물소리는 바닥을 적시고
커튼을 타고 올라 유리창을 적신다
액자 속 물고기들이 액자 밖으로 헤엄쳐 나온다
누군가 풀어놓은 그림자가
물소리와 함께 둥둥 떠오른다

제가 지어낸 이야기 속에서
제가 헤매는 건 누구?
출구를 찾지 못해 밤마다
이야기 속에 갇히는 건 누구?

작은 물소리가 더 작은 물소리에게 속삭인다
뼈로 만든 집에서 그림자와 놀고 있으렴
외출 하는 엄마의 빨간 입술이 속삭인다

흙 같고 물 같은 얼굴이 무수히 피었다 지는
이것은 털실로 짠 스웨터의 무늬를 따라가는 이야기
가다가 풀린 올 사이로 발목이 빠지는 이야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건너갔는데 아직도
이 방에 남아 있는 이야기

나는 내 꿈에 갇혀버렸지
일곱 살은 일곱 살에 갇혀버렸지
물소리가 들렸던가
꿈속의 나무는 색깔이 다른 나뭇잎들을
똑 똑 떨어뜨리고

* 조혜정 : 1963년 충남 당진 출생, 2007년 <시와반시>하반기
              신인상, 2008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 감상
   
  소리로만 들리는 물소리가 이야기가 되어 화자의 상상력을 타고
  이리저리 떠다닌다
  마치 액자 속의 물고기가 액자 밖으로 나와 온 방안을 헤쳐가듯
  유영하는데 그 모양이 신비롭다
  - 물소리는 바닥을 적시고
  - 커튼을 타고 올라 유리창을 적신다
  - 누군가 풀어놓은 그림자가
  - 물소리와 함께 둥둥 떠오른다
  꿈 속에서 들려오 듯, 심상 속에서 우러나 듯, 상상의 전이와 확산은
  알 수 없는 미로의 영역을 활달하게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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