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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가는 길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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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13회 작성일 17-04-20 05:25

본문

왕궁 가는 길 / 강인한

이만치 서서 바라보면 잘 보이려나,
청보리 물결 황토를 휘돌아 흐르는 연두바람
불어라 불어가라,
적막을 조그맣게 뭉쳐 입다문 돌탑에까지
말갛게 몸 비우고 스미는 연두바람,

왕궁에 가시랴오,
예서 왕궁이라면 낙낙한 오릿길
잠시 버선을 벗어 땀들이시라,

늘어진 솔가지에 이녁 눈길 얹어보시라,
어디선지 흘러오는 수수꽃다리 글썽한 향기
이녁의 옷고름에서 풀려나온 그 말간 향기는
돌손바닥에 앉고 싶어
돌에 스미고 싶어,

왕궁탑* 그늘에 한 몸의 시름을 적시고
바라느니 하늘에 떠가는 저 구름 가
이녁은 보랏빛 내 그리움
보랏빛 향기로운 그늘,

사붓사붓 돌손바닥에 놀고가는 선녀구름 같이
아, 적시고 적시어라 보랏빛 그늘,

*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소재 국보 제289호 5층석탑

# 감상
  청보리 물결 일으키는 연두빛 바람이 적막을 조그맣게 뭉쳐 입다문
  돌탑에까지 빨갛게 몸 비우고 스민다며, 이 탑을 지그시 바라보는
  화자의 돌올한 심결은 아름답고 향기롭기까지 한데,
  고풍스러우면서도 사픈사픈 이어가는 문체는 옛 유적에 대한 옛 정취를
  맛깔나게 느낄 수있게한다
  텍스트 전편에서 풍기는 고고하면서도 고즈녁한 분위기에, 이녁에 대한
  그리움을 살며시 곁들여 놓으므로써 화자의 긴 필력과 내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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