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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을 다해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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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092회 작성일 17-05-03 13:38

본문

*있는 힘을 다해 /이상국

해가 지는데
왜가리 한 마리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

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
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
가끔
있는 힘을 다해
물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

사는 게 다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2005년, 41쪽)


<옮긴 이의 스크롤 압박>
잘 알려진 시죠?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온종일 돈 생각만 하면
됩니다. 밤에 헐떡이면서 조차 어떡하면 더 싸게 사서 비싸게 팔까,
진상은 어찌 해결할까, 뭐 그런 식입니다. 그렇게 돈에 미치면 돈이
벌리더군요. 미친 것에 대한 보상은 달콤하죠. 시 또한 시 쓰기에
미쳐서 매일 미친 듯이 생각하면 그 미친 것에 대한 보상이 따르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돈이든 시든 경쟁에 치이고 샛길로
새기도 하죠. 뭐가 앞서는지는 모르겠으나 돈도 벌고 시도 잘 쓰고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봐요. 류현진 선수가 박태환보다 수영을
잘하고 김경호보다 노래를 잘하는 게 낫겠네요.

제 생각인데' 쓰고 벌고'엔 학자 직업이 제일 유리하다고 봅니다. 그
이전에 시인은 타고난다는 이상국 시인의 지론을 공감합니다. 위의
시는 시가 뭔지도 모를 때 2010년에 사무실 벽에 붙여 놓았었죠.
A4용지에 프린트하고 글씨의 여백에 황새가 한쪽 다리를 접고 물
밑읕 보는 만화(낙서 수준)도 그려 넣었죠. 저의 처지를 너무 잘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좋았어요. 실은 누구나 다 그런건데...

일반인은 시를 접하며 시인이 누군지 염두에 두지 않죠. 눈에 띄는
글귀라면서 글 먼저 받아드리고 그다음에 이 멋있는 작가는 누구일까
의문을 두는 정도이죠. 그런데 시를 배우다 보니까 이젠 작가를 먼저
보고 읽는 버릇이 생기더군요. 같은 배를 탔는데 구라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아닐까요?

재미있는 위의 시는 2016년에 3탄이 나왔다고 봐야 합니다.


*표를 하다 /이상국


물을 버린 나무들이 동네 건달 같다

여름내 가죽을 뚫고 나온 햇송아지의 뿔,

강가의 왜가리들이 내년에 쓰려고

물속에서 한쪽 다리를 들고

거기다 표를 한다

오래도록

울타리 팥배나무에게 젖을 물리던 해도

붉은 산을 넘어가는 저녁,

나에게는 아직 많은 가을이 있지만

이번 가을은 이게 다라고

나도 마음에다 표를 한다

(달은 아직 그 달이다 2016년, 14쪽)

///서글프죠? 시인은 한 오백년 더 살았으면 좋겠구만... 그래도
역시 그의 장난기는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저보다도 훨
젊어(히죽)보인달까요? 위보다 앞선 왜가리님의 고민 2탄입니다.


*그도 저녁이면 /이상국


북천(北川)에는 내 아는 백로가 살고 있다

그의 직장은 물막이 보(洑),

물 웅웅거리는 어도(魚道) 옆

부부가 함께 출근하는 날도 있지만

보통은 혼자 일한다

다른 한쪽은 새끼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할 것이다

그는 고기를 잡는 것보다

하염없이 물속을 들여다보는 게 일인데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도 저녁이면 술 생각이 나는지

(뿔을 적시며 2012년, 50쪽)


//그의 시집에 실린 250편은 버릴 것 없이 참 재밌었습니다.

댓글목록

소낭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쿠나, 고상한 나님을 여기서 뵙다니요.
도 닦는답시고 머리 커트하고 뒷동산 절에 있는데
외롭고 외로워 거미가 하는 번지점프나 보며
속세로 돌아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불쑥 찾아오시다니….
오, 산다는 것은...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너무 빠르면,
읽히지 않는 마음이 가득한 졸졸사(寺)에 잘 오셨어요.
다녀가셨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라는 새벽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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