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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 있습니까 / 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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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38회 작성일 17-02-2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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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 있습니까 / 조말선




    46개의 방이 있는 호텔에서 / 빈 방에 관한 세미나를 하네 / 46개의 방이 텅 빌 수 있는 확률은 단 한번, / 수학이 이렇게 걱정 없다면 경제학이 되었을까 / 빈 방 있습니까, 예약을 할 때 / 있습니다, 고 말할 확률은 백프로 / 수학이 이렇게 명징하다면 / 문학에 흡수 되었을지도 몰라 / 더욱 중요한 것은 빈 방 있습니다와 / 빈 방 없습니다의 이음동의라네 / 있고도 싶은 없고 싶은 / 있어서 안타깝고 없어서 안타까운 / 있어서 다행이고 없어서 다행인 / 빈 방에 관한 세미나를 하네 / 지금부터 딱 세 시간 비워줄 수 있다면 / 세 시간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 / 한 시간을 삼천육백조각 낸다면 / 조각난 시간들을 조립하면서 / 완강기에 목을 매단 사람들을 상상하거나 / 거울을 보다가 빈방에 있는 빈방이 낯선 시간 / 비로소 낯선 빈방을 발견할지도 몰라 / 빈 방에 있는 세 시간은 / 빈 방이 그 방의 키를 쥔 시간 / 빈 방에 관한 세미나를 빈 방에서 하네 / 거울을 보다가 빈방이 빈방을 낳는 것은 / 어떻게 보면 퍽 고무적인 일이라네 / 빈 방과 빈 방이 꽉 찬 방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 수학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드네 / 빈 방 있습니다와 빈 방 없습니다는 / 서로가 서로에게 미끄러지는 말이네



鵲巢感想文
    얼마 전에 시인 천서봉 선생의 시 ‘행성관측 2-원룸’에 관한 시를 감상에 붙인 적 있다. 원룸은 시를 상징한다. 시 종연에 이르면 원룸에 관해 여러 가지로 묘사해놓는다. 중얼거리는 방. 두 개인 것 없는 방. 미라처럼 햇살이 쓸쓸함을 깊이 감아 도는 방. 아무도 깨워주지 않는 방. <잠만 잘 분> 그렇게 구한 방. 자고 일어나 또다시 잠만 자는, 홀로 자전하는 방이라고 말이다.
    시인 조말선 선생의 시 ‘빈방 있습니까’를 본다. 여기서 빈방은 마음의 공백 상태나 혹은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는 멍한 상태다.
    46개의 방이 있는 호텔에서 빈 방에 관한 세미나를 한다. 물론 여기서 빈방은 그 무엇을 제유했다. 제유한 그 시어만 제외하면 이 문장은 단지 진술이다. 호텔에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세미나를 열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것도 46개의 방이 있는 호텔이다. 하지만 이 숫자에 관해서도 민감하게 대응할 이유는 없다. 시를 쓰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6개의 방이 텅 빌 수 있는 확률은 단 한 번이다. 시인은 이렇게 걱정 없다면 경제학이 되었을까 하며 얘기한다. 46개의 방이 텅 빌 수 있는 경우는 단 한 번밖에 없다. 우리가 잠자는 경우다. 빈방이 없어지는 경우다. 물론 경제학 따위는 논할 필요가 없게 된다. 경제학이란 본시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른 학문이기에 잠자는 일은 자원 따위는 생각할 틈이 없는 것이 된다. 
    빈방 있습니까? 예약할 때 있습니다, 고 말할 확률은 백 프로다. 빈방 있느냐고 묻는 것은 깨어있는 상황이니 대답할 확률은 백 프로가 된다. 어떤 대답을 표현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은 전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시인은 수학이 이렇게 명징하다면 문학에 흡수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지금까지 시적 묘사로 보면 맞는 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빈방 있습니다와 빈방 없습니다의 이음동의라는 사실, 왜냐하면 빈방이 있다는 말은 빈-노트와 같은 공백 같은 상태를 말하며 빈방이 없다는 말은 아예 마음이 없는 것이므로 다른 소리지만 어쩌면 같은 뜻이다. 마음은 이래나 저래나 일단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안타깝고 다행한 일도 생긴다.
    빈방에 관한 세미나를 한다. 물론 누구와 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 본인과의 세미나다. 한 시간을 삼천육백 조각낸다면 조각난 시간을 조립하는 일은 마치 완강기에 목을 매단 사람을 상상하거나 거울 보며 자아를 그리다 보면 새로운 마음은 떠오르기도 하니까 이를 땐 빈방은 그 방 열쇠를 쥐는 시간이며 이러한 일은 퍽 고무적인 일이다.
    빈방과 빈방이 꽉 찬 방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수학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빈방이 꽉 찬 방이 되었다는 말은 마음을 온전히 채웠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문장도 앞뒤가 맞아야 하며 시로서 그 맥 또한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호할 수밖에 없다.
    빈방 있습니다와 빈방 없습니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미끄러지는 말이네. 아까도 얘기했듯이 빈방 있습니다는 빈-노트와 같은 마음의 공백 상태, 빈방 없습니다는 아예 없는 상태니 서로가 서로에게 미끄러지는 말이다.

    공자의 말씀에 인능홍도人能弘道, 비도홍인非道弘人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길을 넓히는 것이지 길이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라 했다. 시인이 시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지 시가 시인을 넓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길이기에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시 감상은 시인이 이미 걸었던 길을 되짚어 봄으로써 시 창작을 미루어 보는 길이다. 우리말은 그 어떤 단어라도 마음을 담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담는 길은 시인만의 창조적 시 쓰기에 달렸다.
    빈방이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알았을까 말이다. 빈방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다는 생각은 오로지 시를 도전하는 사람만이 갖는 의식이다. 하지만 빈방이 없다면 시인에게 그만큼 고통을 안겨다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빈방을 채울 방법은 단 한 가지밖에는 없다. 오로지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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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조말선 1965년 김해 출생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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