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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천국 / 김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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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05회 작성일 17-02-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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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천국 / 김길나




    이곳, 시계포의 시간들을 아나키즘이 장악중이다
    시간의 질서가 어긋난 공간에서
    시간은 따로따로 혼자씩 제멋대로 돌아간다
    현재가 부재중인 이 시계포에는 고장 난 오늘이 걸려 있다
    수많은 시계들이 한결같이 현 시간을 지워버렸다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좋은 이 시계포에는
    벌써 시간의 천국이란 간판이 나붙었다
    시간의 천국에서는 어제와 내일이 나란히 붙어 있다
    과거에서 온 정오 곁에서 미래에서 온 밤이 11시를 알린다
    계절들은 한자리에 혼재한다
    아직도 과거를 운행 중인 시계가 지나간 계절을 펼쳐놓을 때
    자전속도가 빨라진 시간에 앞당겨온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언뜻 건너다본다
    이곳 시계들은 여전히 각각 다른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간으로 가는 생체시계를 각자 펄떡이는 심장에 달고
    이 시계포의 고객들이 시계와 시계 사이, 자유 만발한 꽃길을 오가는 동안
    시계포의 출입문이 닫혀졌다
    현재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시간을 시간의 천국이 장악중이다



鵲巢感想文
    시제 ‘시간의 천국’은 시인의 세계관이다. 현실에 또 다른 몰입의 시간이다. 시계포時計舖는 시계를 수리하는 가게지만 여기서는 자아를 제유한 시어로 보인다. 아나키즘(anarchism)은 무정부주의로 일체의 정치권력이나 공공적 강제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우려는 사상이다. 그러므로 이곳, 시간의 천국은 개인의 자유를 최상으로 받들며 소모한 시간을 말한다.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면 시간은 무엇인가? 시계포가 겪은 일련의 경험이나 어린 추억 혹은 기억이다. 이를 아직 쓰지 않은 시 문장으로 보아도 괜찮다.
    현재가 부재중인 이 시계포는 또 다른 자아로 시계포의 거울이다. 경전 같은 문장의 합체, 시집이다. 고장 난 오늘은 시인을 제유한 시구다. 완벽한 이해로 넘어가는 순간 시계포의 수리는 끝난다.
    수많은 시계는 현재가 부재중인 이 시계포의 시간이다. 현 시간을 지운 것은 시계포의 시간을 지운 것이다. 그러니까 시인은 시간을 쓴 셈이다. 시간의 굴레는 시인을 억압하는 사회의 어떤 모순적 질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간 같은 것으로 보인다.
    시간의 천국에서는 어제와 내일이 나란히 붙어 있다. 거울로 바라본 시계포와 누가 미래에 열어볼 시계포가 함께 공존한다. 과거에서 온 정오 곁에서 미래에서 온 밤이 11시를 알린다. 계절들은 한자리에 혼재한다.
    아직도 과거를 운행 중인 시계가 지나간 계절을 펼쳐놓을 때 자전속도가 빨라진 시간에 앞당겨온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언뜻 건너다본다. 이 문장은 어찌 보면 말놀이다. 그러니 시는 고급스러운 말놀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시계는 자아를 제유한다. 시계가 협소한 시간을 표현한다면 시계포는 전체다. 내가 어떤 경험을 생각하여 펼쳐놓기라도 하면 이것이 시라고 정립이 되었더라면 시는 시계포보다는 오래 산 것이 되므로 오늘의 나를 건너다보는 시간여행 같은 언술이다.
    시계포의 출입문이 닫혀졌다는 문장에서 닫혀졌다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시계포의 출입문은 닫았다고 쓰는 것이 훨씬 시적임을 밝혀둔다. 시는 능동이어야 한다. 시간의 천국은 시의 세계다.
    이 시는 시를 묘사한 작품이다.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나? 200년 전의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마치 오래된 시간처럼 오래된 과거와 같은, 시간의 잣대가 얕고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싯적보다는 그 잣대가 길고 크다는 것은 200년이라는 시간도 마치 엊그제처럼 느끼게 한다. 먼 미래의 시간까지 내다보게 하는 우리는 현재, 시간 여행을 하는 셈이다.
    내가 안은 시계는 어쩌면 그 태엽이 다 풀렸을지도 모른다. 바늘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지만, 우리는 느낄 수 없다. 이 시간의 속도를 느낄 수 없었으므로 시간을 기록한다. 어쩌면 먼 미래에 현재가 부재중인 이 시계포는 오늘처럼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시간은 굴레를 벗어 아득히 넓고 깊은 시간의 천국에 이르고 어제도 내일도 어쩌면 현재를 내다보는 영원한 생명 은하철도 999호에 탑승한 승객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절대성 앞에 잠시 생명의 탈을 쓰고 이 여행을 바라보고 있다.


===================================
각주]
    김길나 전남 순천 출생 1995년 <새벽 날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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