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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 도고역 / 류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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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22회 작성일 17-01-25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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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 도고역 / 류외향

거기 역이 있다 한다
지상의 끝에 있을 것 같은 역이
거기 있다 한다

열꽃이 미친 듯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더운 잠에 빠져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쳤거나 지나친 줄도 모르거나
철로의 행선지를 도무지 알 수 없거나
열차를 탄 채 제가 승객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때
온몸을 뚫고 들어오는 도고 도고역
그의 혼에 이끌리듯 내려선다 한다
내려서자마자 주춤 발을 물린다 한다
전생의 새벽이 회색 바람에 묶여 와글와글 몰려오고
열차 떠난 자리엔 철로만 남아
수억만 년을 요지부동 엎드려 있었다는
완강한 자세로 철로만 남아
내릴 수는 있어도 탈 수는 없는 도고 도고역
회색 바람을 타고
서릿발 툭툭 털어내며 한 남자 걸어와
잿빛 양복을 펄럭이며 꿈처럼 걸어와
눈자위 붉게 빛내며
천년만년 같이 살자 말을 건낸다 한다
그 말 하 심상해서
한 남자 소맷자락을 잡고 따라가
눌러 살고 싶어진다고 한다
멀리 드문드문 더운 김을 뿜어내는 산야와
뒤돌아보면 긴 꼬리를 땅속으로 뻗으며
요지부동 엎드려 있는 시간의 무덤들
약속도 없이 저 혼자 덜컹철컹
문을 열었다 닫는다 한다

거기 역이 있다 한다
생의 기척에 무감해 천근만근 무거운
잠 속에서 장기 투숙하고 있을 때
그 역에 내릴 수 있다 한다

# 감상
  고른 선율과 리듬으로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담담한 심상이
  죽음의 세계 아니면 꿈의 세계를 기차를 타고 한 없이 가는 것 같은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기차 여행은 아마도
  한 평생 살아가는 우리 인생의 알레고리인 듯하다
  - 내릴 수는 있어도 탈 수는 없는 도고 도고역
  - 회색 바람을 타고
  - 서릿발 툭툭 털어내며 한 남자 걸어와
  - 잿빛 양복을 펄럭이며 꿈결처럼 걸어와
  - 눈자위 붉게 빛내며
  - 천년만년 같이 살자 말을 건낸다 한다
  시 속에서 화자는 자기 자신이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경험을 전달 해주는 형식을 취하므로써 더 낯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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