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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배후가 없다 / 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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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57회 작성일 17-02-02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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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배후가 없다 / 임영조

청량한 가을 볕에
피를 말린다
소슬한 바람으로
살을 말린다

비천한 습지에서 뿌리를 박고
푸른 날을 세우고 가슴 설레던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린다
비로소 철이 들어 禪門에 들듯
젖은 몸을 말리고 속을 비운다

말리면 말린 만큼 편하여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홀가분한 존재의 가벼움
싱싱한 백발이 더욱 빛나는
저 꼿꼿한 老後여!

갈대는 갈대가 배경일 뿐
배후가 없다 다만
끼리끼리 시린몸을 기댄 채
집단으로 항거하다 따로따로 흩어질
反骨의 同志가 있을 뿐
갈대는 갈대도 없다

그리하여 이 가을
볕으로 바람으로
피를 말린다
몸을 말린다
홀가분한 존재의 탈속을 위해

# 감상
  욕심 버리고 자기 비우기
  절간 스님처럼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정진, 정념, 돌올한 자기 절제
  비천한 습지에 뿌리 박고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갈대 처럼
  속을 비운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리고, 말리면 말린 만큼 편하고, 비우면 비운 만큼
  가벼워지는, 싱싱한 백발이 더욱 빛나는 저 꼿꼿한 老後
  인간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箴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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