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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베키아 / 천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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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9회 작성일 17-01-10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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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베키아 / 천외자

그는 나오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서 쉼보르시카 시집을 꺼낸다
책을 펴서 얼굴을 가리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삼십분만 소리 죽여 울다가 일어설 것이다
루드베키아가 피어있는 간이역
서로 떨어진 꽃잎이 제각각 바라보는 방향으로
이별은 역사의 빈 공터에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시들고 있다
누군가 새롭게 만들고 있다
만남을 잃어버린 역사에서 모든것은 이별의 진행 방향이다
기차가 떠난다
옷에 뭇은 먼지를 털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출구로 나가는 사람들 속에 내가 없어도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다
의자 위에는 바람이 시든 장미 다발처럼 놓이고
나는 선로 건너편 루드베키아 꽃밭 속으로
시베리아로, 안데스로, 히말라야로, 실크로드로
샛노란 꽃잎의 길이 열린다
이 많은 길을 누가 만들었을까
카테리니행 기차는 여덟시에 떠났다네
또 다른 루드베키아 한 송이가 새로 핀다
하나가 아니고 유일한 것도 아니고
이별은 일상이 되고
이제 얼굴을 책으로 가리고 혼자 울지 않아도 된다

* 천외자 : 2002년 <시현실>로 등단

# 감상
  외국의 어느 조그마한 역 인듯 한데,
  화자는 역사 밖 의자에 앉아 붉게 타고 있는 루드베키아 꽃밭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개찰구를 통해 다른 사람은 다 나오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나오지 않자 외롭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심상이 찹착하면서도 담담하게 전이 확장 되어 가고 있다 아마도 기다리는 사람이 연인이 아닐런지?
  시를 읽으면서 법구경 한 구절이 퍼떡 떠오른다

  - 사랑하는 사람도 가지지 마라
  - 미워하는 사람도 가지지 마라
  - 사랑한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롭고
  -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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