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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좌판 =임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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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4회 작성일 24-10-05 20:58

본문

봄의 좌판

=임경숙

 

 

사람이 그리워 장에 간다

 

어깨를 맞대고 걸어가는 사이로

진하게 풍기는 사람 냄새 맡으며

정겨운 장날 속으로 들어서면

 

봄볕에 쪼그리고 앉아 그을리며

까맣게 늙어 간 손으로

산과 들을 뜯어다가

닷새마다 문을 여는 봄나물 전시회

 

그 언덕빼기와 골짜기

그 밭도랑과 개울가

올봄에도 두루두루 무고한지

절기가 바뀌어 가는 기적을

가장 먼저 보여 주는 읍내 장터

 

땅두릅 캐 오던 가교리 언니

가시가 여물기 전 찔레 순 따 오던 태봉 할매

고추전 골목에 한 자락 자리 잡고

올봄에도 어김없이 좌판을 펼쳐 놓는다

 

 

   시작시인선 0509 임경숙 시집 가시 많은 생이 맛있다 13p

 

 

   얼띤 드립 한 잔

    닷새마다 문을 여는 봄나물 전시회, 오일장이다. 지금도 여러 곳곳 오일장이 열린다. 오일장이라기보다는 목요 장날 수요 장날 하면서 지역마다 부르는 호칭이 조금 달라지긴 하여도 내나 사람은 어디서 그리 오는지 좌판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렸다. 일반적인 전통시장이나 대형상점에서도 볼 수 없는 상품도 있고 편한 것은 즉석에서 치는 회나 뜨끈뜨끈한 족발까지 바로 먹을 수 있는 장날, 오일장이 열리면 아파트 주민은 구경나온 이와 필요한 물건은 없는지 뭐라도 사야겠다는 장 보러 나온 이까지 골목은 붐빈다. 사람이 그리워 장에 가듯 하루 마감하고 갈 곳 없으면 시집을 펼친다. 하루 때 묻은 손으로 하! 손만 때 묻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음도 피곤하고 그 마음 누일 곳 필요하다면 시집을 열어라. 어깨를 맞대고 걸어가는 사이로 좌판과 대화를 나누듯이 진하게 풍겨오는 자의 향을 맡으며 정겨운 장국 한 그릇 오롯이 맛본다면 하루 곳곳 거닐었던 골목은 빗물로 찰 파닥대는 아이로 가득할 것이다. 좌판에 놓인 오징어며 붕어며 고등어까지 입맛대로 고르는 일 여기에 각종 산나물까지 산나물에서 지천으로 깔린 소라와 전복을 캐내며 시작하라. 오일장은 마음을 여는 장이니 가식은 채우고 가식은 벗고 두루두루 하루 꼼꼼히 살피며 건너가라. 가교리 언니 시집가긴 하여도 아직 죽지 못한 태봉 할매 그 뜨끈뜨끈한 손잡고 고사리 캐 오라. 올봄엔 함박꽃 피며 정원에 들어설 누나의 한 겹 모시 적삼에 검정 통치마를 둘러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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