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경寂境 =백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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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경寂境
=백 석
신 살구를 잘도 먹드니 눈 오는 아츰
나어린 안해는 첫아들을 낳았다
인가人家 멀은 산山중에
까치는 배나무에서 즞는다
컴컴한 부엌에서는 늙은 홀아비의 시아부지가 미역국을 끓인다
그 마을의 외따른 집에서도 산국을 끓인다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42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적경寂境’ 고요하고 평온한 지경 또는 그런 장소를 말한다.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시골 분위기와 어느 농가 아낙네의 분만을 얘기하고 이를 지켜본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미역국 끓이는 장면을 그렸다. 100여 년 전의 모습이지만, 50여 년 전 나의 동네도 그러했다. 너보다 일찍 나왔지. 너 낳고 얼마 안 있다가 걔가 나왔잖아. 도랑을 기점으로 양변 통틀어도 얼마 안되는 집에서 애는 왜 그리 많이 태어났는지. 동네 또래의 아이가 10여 명은 족히 되었다. 어디까지나 시는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또 시는 글의 입장을 고려하여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장이다. 신 살구를 잘도 먹드니 눈 오는 아츰, 살구는 과일의 일종이지만 살구는 살로 빚은 구체처럼 들린다. 신은 한자어로 여러 가지 뜻을 지녔다. 맵거나 새롭거나 애 밸 혹은 믿음, 몸, 새벽을 나타낸다. 눈 오는 아츰, 새로운 눈을 보며 푹 잠긴 상태를 묘사한다. 나어린 안해는 첫아들을 낳았다. 아들 물론 자를 상징한다. 인가 멀은 산중에 까치는 배나무에서 즞는다. 인가는 자가 모여 있는 집이며 산중은 마음의 중심을 가리킨다. 까치는 새의 일종이며 배나무는 배胚 엉기며 비롯한 시초, 아이 밸 나무다. 컴컴한 부엌에서는 늙은 홀아비의 시아부지가 미역국을 끓인다. 안을 묘사한다면 그 마을의 외따른 집에서도 산국을 끓인다. 이는 밖을 묘사했다. 미역국과 산국, 일이 벌어지는 한 장면에서 미역이 반하는 국면이라면 산은 그 반대다. 그러니까 산은 지류나 물결로 이룰 하나의 맥을 형성한다. 비록 짧은 시지만, 시 한 수 짓는 정경이 시인 백석의 특유한 필체로 잘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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