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 =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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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
=손택수
외로움도 이젠 섬의 차지가 아니다
애인이 생기면 무인도에 가서
배를 끊겠다던 청춘은
어디로 갔나
무인 카페에서 반나절 보내고
숙소는 무인 호텔, 슈퍼도 무인 점포
무인이 수두룩하다
천 리 만 리
가끔씩은 한밤에 혼자서
바다를 찾아가던 내가 그립다는 사람아
섬을 잃고 마침내 나는
섬이 되었다
문학동네시인선 180 손택수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032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고군산군도’는 지명으로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에 속하는 섬의 무리. 무녀도(巫女島), 선유도(仙遊島), 신시도(新侍島) 따위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시로 대해본다. 젊을 때는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한 곳이라면 늙어감에 여유가 자꾸 떨어지는 것도 그 원인에 있겠다. 그렇지만, 구태여 가보는 것도 여간 성가신 일일 것만 같고 편한 시대에 인터넷이란 좋은 도구도 있어 눈으로 즐기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시는 섬에서 섬으로 이동, 섬이 가지는 바다에 대한 소유에서 섬처럼 되어가는, 아니 섬이 된 사람을 본다. 가만히 생각하면 섬처럼 외로운 것도 없다. 바다에 덜렁 덜어 앉아 있으니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저 속에서 겪고 있었을까. 이에 비하면 사람은 고작 많아야 백 년이다. 섬에서도 무인 카페와 무인 호텔 무인 점포로 수두룩한가 보다. 가끔 고향에 가면 이런 생각을 한다. 저 많은 논, 다음 세대는 누가 경작할까? 지금은 동네 지인 형님께서 경작하지만 말이다. 젊은 사람이 없으니까. 이제 빈집도 하나씩 생겨나더니만 곳곳 빈집으로 남았다. 심지어 고향 부모님께서 사시던 집도 빈집이 되었다. 이 빈집을 내놓으니 부동산 왈, 찾는 사람이 없으니 매매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를 본다. 고군산군도라 해서 고군은 붕어처럼 들린다. 고군故君은 죽음 임금이나 죽은 남편을 이르는 말이다. 붕어崩御는 임금의 죽음을 뜻한다. 군도는 여러 섬처럼 펼친 장이다. 배를 끊겠다던 청춘. 태를 끊겠다는 말이다. 청춘은 역시 파릇파릇한 삶을 대변한다. 반나절에서 反나절로 무인은 어떠한 근거도 없는 것으로 들린다. 천 리 만 리. 이역만리다. 섬을 잃어야 섬이 되듯이 섬 하나를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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