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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鳥致院) 지나며 / 송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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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87회 작성일 16-12-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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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鳥致院) 지나며 / 송유자





밤 열차는 지금 조치원을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조치원이 어딘가, 수첩 속의 지도를 펼쳐보니
지도 속의 도계와 시계, 함부로 그어 내린 경계선이
조치원을 새장 속의 새처럼 가둬놓고 있다
나는 문득 등짝을 후려치던 채찍자국을 지고
평생을 떠돌던 땅속으로 들어가서
한 점 흙이 되어 누운 대동여지도 고산자를 생각한다
새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사나이, 그가
살아서 꿈 꾼 지도 속의 세상과
죽어서 꿈 꾼 지도 밖의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몇 달째 가뭄 끝에 지금은 밤비가 내리고
논바닥처럼 갈라진 모든 경계선을 핥으며
비에 젖은 풀잎들이 스적스적 일어서고
나는 불우했던 한 사내의 비애와
상처를 품고 앓아누운 땅들을 생각한다
대숲이나 참억새의 군락처럼, 그어질 때마다 거듭
지워지면서 출렁이는 경계선을 생각한다
납탄처럼 조치원 역에 박힌 열차는 지금
빗물에 말갛게 씻긴 새 울음소리 하나를 듣고 있는 중이다


鵲巢感想文
    산다는 것이 마치 밤 열차 타고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가듯 외로운 길이다. 조치원이 어딘가? 새가 이르는 집이라는 우리나라 행정 도시지만, 지명이 꼭 지명처럼 들리지 않는다. 새처럼 훨훨 날고 싶지만, 나는 지도처럼 도계와 시계에 갇힌 한 마리 새일 뿐이다.
    지도를 생각하며 지도를 꺼내며 지도를 펼치며 나는 고산자를 생각한다. 고산자는 이 대동여지도를 어째서 그렸던가! 장산 꾼이나 관아의 일꾼이나 이들 만인을 위해 목적한 곳을 안전하게 안내하기 위해 그렸을 법한데 고산자는 평생을 땅과 싸웠다.
    나는 뭔가? 등짝을 후려치던 나의 채찍이여! 이 채찍에 맞은 움푹 팬 자국이여! 나는 더디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향해 한 발 디디며 걷고 있다. 나는 불우했던 한 사내의 비애와 상처를 품고 앓아누운 이상을 생각한다.
    청춘과 장년을 넘어 나의 한계를 생각한다. 납탄 같은 세월이 벌써 조치원에 와 이르렀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창밖은 비가 내리고 나는 다부지게 마음먹는다. 지금 막 새 울음 같은 기차 소리와 이러한 신음을 내뿜고 하늘 높이 날아가리라!

    글을 쓴다는 것은 좋은 비유를 든다는 것이다. 비유를 쓰지 않고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현실은 언제나 감당하기에 어려운 높은 이상에 대한 장벽뿐이다. 이에 이르기에는 능력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좌절할 수 없는 처지를 사실 그대로 어찌 쓸 수가 있으리! 이미 역사에 남은 이는 이러한 고난과 역경을 모두 겪은 사람이다.
    고산자는 우리나라 대동여지도를 남겼던 김정호 선생의 호다. 조선 말기,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지도에 한해서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음에도 신분이 미천하여 그의 가계에 관한 기록은 그리 많지가 않다.
    이 시(조치원 지나며)를 쓴 송유자 선생께서도 아마, 고산자와 같은 처지로 보인다. 나는 선생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나이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는 그만한 위치에 있겠다는 암시는 충분한 것 같다.
    끝으로 노자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했다. 큰 기교 즉 솜씨는 마치 서툰 것과 같다. 나의 시 감상문은 어찌 전문가의 솜씨에 이를 수 있으리! 그냥 막 쓰면서 하루 성찰하며 또 들여다보며 나의 길을 열어보기 위함이다. 서툴기 짝이 없는 길이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걸었던 길이기에 되돌아 볼 수 있는 어떤 장관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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