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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 상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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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2회 작성일 16-10-2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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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 상희구

주스나 콜라처럼
마시는 것이 아니다
젖은 먹는 것이다
이 오래고도 유정한 食糧
언젠가 "아프리카 참상" 이란 보도 사진에서
정강이 뼈가 유독히 쾡한 눈이
덩치 큰 한 사내아이가 살갗이랄까 껍질이랄까
- 아무튼 모든 살점이 육탈해버려서 -
머리 위로 올라붙은
그야말로 피골 상접한 엄마의 젖을 빨고 있었다
아기는 엄마의 바닥을 빨고 있었고
엄마는 자기의 육신의 맨 마지막을
아기에게 내어 물리고 있었다
참혹한 것 넘어서는
이 崇嚴함
원래 종교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젖은 우리의 하느님이었다

#감상
  - 원래 종교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젖은 우리의 하느님이었다
  이 얼마나 멋들어진 명제인가
  시인은 "아프리카 참상" 이란 사진 한 장을 보고 참혹한 심정에서 시를 쓴듯 한데
  텍스트가 너무나 사실적이고 잠언적이다
  인간의 긴 역사는 이 유정한 젖을 통해 유지되어 왔다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순간 만큼은 여성의 상징이 아니라 崇嚴함 그 자체이다
  그러나 요즘 엄마들은 모유 수유가 유방암을 줄이고 산후 몸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데도
  출산후 가슴 모양을 흉하게 한다며 아이의 건강보다는 자기의 맵시와 품위 유지에 더 가
  치를 두는 예가 허다하다
  아이는 엄마의 젖을 빨면서 빤히 바라보며 엄마의 눈동자 속에서 부처님의 자비 보다도 예
  수님의 사랑 보다도 더 嵩高한 인간 존재 가치를 얻는데, 아이에게 우유를 먹인다는 것은 그
  본질을 빼앗아버리는  행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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