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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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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86회 작성일 16-11-05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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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 장석남

내 작은 열예닐곱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이제 겨우 막 첫 꽃 피는
오이 넝쿨만한 여학생에게 마음의 닷마지기 땅을 빼앗기어 허둥거리며 다닌 적이 있었다
어쩌다 말도 없이 그 앨 만나면서 내 안에 작대기로 버티어 놓은
허공이 바르르르르 떨리곤 하였는데
서른 넘어 이곳 한적한 곳에 와서 그태도는 차분해진 시선을
한 올씩 가다듬다보니 눈길 곁으로 포르르르 멧새가 날았다
이마 위로 외따로 뻗은 멧새가 앉았다 간 저,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차마 아주 멈추기는 싫어 끝내는 자기 속으로 불러들여 속으로
흔들리는 저것이 그 때의 내마음은 아니었을까,
외따로 뻗어서 가늘디가늘은, 지금도 여전히 가늘게 흔들리어
가끔 만나지는 가슴 밝은 여지들에게는 한없이 휘어지고 싶은 저
저 저 심사가 여전히 내 마음은 아닐까,
아주 꺾어지진 않을 만큼만 바람아,
이 위에 앉아라 앉아라,
어디까지 가는 바람이냐

영혼은 저 멧새 앉았다 간 나뭇가지같이
가늘게 떨어서 바람아
어여 이 위에 앉아라
앉아라

# 감상
  열예닐곱 고등학교 시절 첫 꽃피는 오이 넝쿨만한 여학생에게
  마음을 빼앗겨 허둥거리는 모습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비유해서 늘어진 의태어로 노래 부르듯 써내려간 시,
  누구나 한번쯤은 있음직한 사춘기의 이성에 대한 정겹고 애뜻한
  사랑의 이야기를 현재의 시제로 끌고 와 낭창 낭창 재미있게 엮
  가고 있다
  - 영혼은 저 멧새 앉았다 간 나뭇가지같이
  - 가늘게 떨어서 바람아
  - 어여 이 위에 앉아라
  - 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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