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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에 이력서를 낸다 / 최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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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5회 작성일 16-11-15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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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에 이력서를 낸다 / 최정란

잎 지으랴 꽃 빚으랴 바쁜 나무
봄이 주문한 꽃들의 견적서를 쓰고
잎들의 월간 생산 계획을 짠다
가장 알맞은 순서도에 따라
발주 받은 꽃들은 완성한다
납기에 늦지 않게 꽃들을 싣고
좁은 가지 끝까지 빠짐없이 배달하려면
손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안으로 굳은 옹이를 쓰다듬는 나무
연말 결산은 붉은 낙엽으로 다 턴다
대차대조표에 빈 가지만 남아도
봅이면 다시 꼼꼼하게 부름켜를 조인다
제 몸의 스위치를 올려
가지와 뿌리를 닦고 기름친다
나도 나무공장에 출근하고 싶다
수련공 아니어서 정식으로 채용이 안 된다면
꽃 지고 난 뒷설거지라도
나무를 거들고 싶다
첫 월급 봉투처럼 두근거리며
봄인 나무와 딱 한 번, 접 붙고 싶다

* 최정란 : 200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 감상
  나무의 일년 동안의 신진대사를 제품 만들어 파는 공장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엮어나간 시로서 화자의 기발하고 면밀한 발상에 감탄한다
  - 납기에 늦지 않게 꽃들을 싣고 / 좁은 가지 끝까지 배달하면
  - 연말 결산은 붉은 낙엽으로 다 턴다
  - 수련공 아니어서 정식으로 채용이 안 된다면/ 꽃 지고 난 뒷설거지라도 /거들고 싶다
  봄이면 뿌리에서 나무가지 끝까지 수액이 배달 되어, 잎 피고 꽃 피는, 또  가을이면
  단풍 들고 낙엽 지는 모습이 눈에 환하게 보이는 듯 한데,
  화자도 바쁜 나무 일손을 도으며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상상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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