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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잠 / 한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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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2회 작성일 16-11-23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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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잠 / 한석호

시간은 저녁의 호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무거운 신발을 벗는다
거룩항 자여,
오월은 푸른 장미 향기로 그윽한가
길은 저만치 水口를 따라 휘어지고있다
보리의 술렁임이 깊어질 때
일몰은 치맛자락을 끌고 내려오고
나는 물끄러미 강물에 발을 담근다
그러면 세상의 슬픔은 더욱 가라앉고
새떼가 남긴 하늘의 봉분은 둥글게 부풀어오른다
나는, 떠나는 이름들과
새로 쓰는 이름들이 무심히 교차하는 들판에서
그대를 우러러 부른다
수척해진 밤의 손길이
꺼칠해진 대지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자신의 오른손엔 잠을 내려놓고
또 다른손엔 그리움을 내려놓으며
조금씩 사위어 가고 있다
하늘의 거룩한 자여,
浮屠 위로 검은 나비 떼 날고 있는가
가을이 가고 겨울의
쇠 발굽소리 그 경계를 넘어올 때
나는 떠나리라
푸른 잠 속엔 누군가 있고
성성한 갈기를 휘날리는 백마 한 마리
덫에 걸린 내 잠의 둘레를 자꾸 뚜벅대고 있다

# 감상
  화자는 이 별에 잠깐 들렸다 다시 떠나야 하는 잠의 순례자
  화자는 잠깐 들린 이 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잠시 바라보게된다
 
  때는 푸른 장미 향기 그윽하고 보리의 술렁임이 깊어지는 오월의 어느
  저녁 무렵, 화자가 어느 호수에 발을 담그면서 그 바라봄은 시작되는데

  이 별을 떠나는 사람들과 도착하는 사람들이 교차하는 들판
  수척해진 밤의 손길이 꺼칠해진 대지에 무언가를 쓰고 있고,
  자신의 오른 손엔 잠을 내려놓고 또 다른 손엔 그리움을 내려놓으며
  조금씩 사위어 가고 있는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거룩한 자여, 나도 이제 이 별을 떠날 때가 되었나 보다
  가을이 가고 겨울의 쇠 발굽소리 그 경계를 넘어올 때 나는 떠나리라

  순례자로써 잠시 머물렀던 이별을 떠나 다른별로 가리라는 화자의
  상상이 이시의 요지인듯 싶은데, 글쎄? 틀린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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