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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센 날의 풍경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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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01회 작성일 16-06-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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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센 날의 풍경 / 강인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플라타너스는 플라타너스대로
은행나무는 은행나무대로
바람 속에 서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고 몸을 떨며
지느러미를 파닥거린다
흘러가 버린 저녁 구름과 매캐한 소문과
매연과 뻔한 연애의 결말들은 길바닥에 차고 넘쳐
부스럭거리는, 창백한 별빛을
이제는 그리워하지 않겠노라고
때 이른 낙엽을 떨군다
조바심 치면 무엇 하느냐고
지난 겨울 싹둑싹둑 가지를 잘린 나무들은
눈을 틔우고 잎을 피워서 파닥파닥
할 말이 많은 것이다 할 말이 많아서
파닥거린다 춤을 춘다
물 건너간 것들, 지푸라기들 허공을 날아
높다란 전깃줄에 매달려 몸부림치고 소스라치는
저 검은 비닐들은
이제는 잊어야, 잊어야 한다고
빗금을 긋고 꽂히고 내려꽂히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부러져버린 진보와 개혁 그 허깨비 같은 잔가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비리고 썩은 양심은 아래로 잦아들어
언젠가는 뿌리 깊은 영양이 되겠지만
뭉칫돈을 거래하는 시궁 속의 검은 혀
아무 데 서나 주무르는 시뻘건 후안무치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많아서 상처투성이의 지느러미를 파닥거리며
나무들은 바람 속에 아우성치는 것이다

# 감상
  이 시는 화자가 가로수를 바라보면서 나무잎이 흔들리는 등, 그 모습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사는 모습을 담아낸 알레고리 시이다
  바람이 센 날 즉, 張三李四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힘 든 세상이 펼쳐지는데   
  정치 현실의 모순과 이에 따른 불신, 빈부의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사회전반에 만연한 타락현상 속에서 무기력한 서민이 사는 모습을 담담하게 형상화 하고있다

  특히 강인한 시인은  5,18 광주민주항쟁을 직접 격은 분으로
  폭력적인 군사 정치집단의 무차별적 난동과 횡포에대한 울분과 분노가
  그 분의 시 곳곳에 잠재 해있는데 이 시 역시 저변에는 그 정서가 깔려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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