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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배를 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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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유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45회 작성일 16-07-11 01:24

본문

배를 매며
            장석남

아무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 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이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 떠 있다




고1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된 시다.
처음 읽었을 때는 사랑을 배를 매는 것에 비유했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
사랑이 예기치 않게, 운명적으로 찾아온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껏 내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사랑은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다가왔음을 인지한 바로 그 순간에는 갑작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사랑은 점차 서로를 채워나가 점차 '너와 나'가 '우리'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시에서 사랑은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백번이고 공감한다.
그 사람의 모든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외에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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