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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아침 식사 /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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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06회 작성일 16-07-31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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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아침 식사 / 이경

아침에 한 차례 비가 왔다
뇌성이 푸른 산봉우리들을 데리고 더 먼 곳으로 달아났다
못난이 감자 새끼들이 흙속에서 오그르르 한곳으로 모인다
아침 비는 신들을 태운 말발굽 소리가 옥수수 밭을
가로지르는 소리를 거느렸다
왈깍 어지러운 깨꽃 향기를 앞세웠다
햇빛조차도 아직 금빛 반짝임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모든 빛깔이, 말이, 생각이 시작되기 전
신들은 약속 장소로 모여 앉았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흰 새가 한 바퀴 선회하는 걸음으로
빠르게 아주 빠르게 호박벌의 날갯짓처럼 바쁘게
한 꽃과 꽃 사이를 입 맞추며
비릿비릿하고 아찔한 신들의 아침 식사는 거행 되었다
꼴깍꼴깍 신의 목젖 소리가 어린 벼들이 자라는 논을
넘고 있었다
만삭의 옥수수 배흘림기둥 속에서
갓 태어난 신의 붉은 수염이
깔깔깔 희고 가지런한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 이경 : 1993년 계간 <시와시학> 으로 등단

# 감상
  아침 한때 시골 농장의 자자한 풍경을 낯설게 하기로 맛깔스럽게
  신들의 아침 식사라는 금테를 둘러서 묘사하고 있다
  특별한 잠언이나 생의 진지함이 없는 아주 평범함 속에서 이마를
  탁, 칠 시어들이 독자를 즐겁고 평안한 심상 속으로 인도한다

  - 뇌성이 푸른 산봉우리들을 데리고 더 먼 곳으로 달아났다
  - 아침 비는 신들을 태운 말발굽 소리가 옥수수 밭을 가로지르는
      소리를 거느렸다
  - 꼴깍꼴깍 신의 목젖 소리가 어린 벼들이 자라는 논을
    넘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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