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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표절 / 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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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96회 작성일 16-08-2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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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표절 / 정끝별

난 이제 바람을 표절할래
잘못 이름 붙여진 뿔새를 표절할래
심심해 건들거리는 저 장다리들을 표절할래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이싱싱한 아침 냄새를 표절할래
앙다문 씨앗의 침묵을
낙엽의 기미를 알아차린 아직 푸른 잎맥의 숨소리를
구르다 멈춘 바닥에서부터 썩어 드는 자두의 무른 살을 표절할래
그래, 본 적 없는
세상을 향해 달리는 화살의 그림자들을 표절할래
진동하는 용수철처럼 쪼아대는 딱다구리의 격렬한 사랑을 표절할래
허공에 정지한 별의 생을 떠받치고 선
저 꽃 한 송이가 감당했던 모종의 대역사와
어둠과 빛의 고비에서
나를 눈뜨게 하는 당신의 새벽 노래를
최초의 목격자가 되어 표절할래
풀리지 않는, 지구라는 슬픔의 매듭을 베껴 쓰는
불굴의 표절 작가가 될래
다다다 나무에 구멍을 내듯 자판기를 두드리며
백지의 당신 몸을 통과할래
처음의 나뭇가지처럼 바람 속에 길을 열며
조금은 그렁이는 미래라는 단어를
당신도 나도 하늘도 모르게 전면 표절할래
자 이제부터 전면전이야

# 감상
  표절, 표절은 도적질, 그러나 얼마나 절실 했으면 표절을 하겠는가
  나도 화자처럼 표절하고 싶은 절실한 서정이 있다

  * 그대는 앞서고 나는 뒤서고 개구리 울어대는 논두렁지나 말무덤 가서
      늙은 소나무에 등 기대고 바라보던 앞산 둥근달 표절할래
  * 떨어지는 낙엽 밟으며 빈가 뜰 잔디밭 가서 팔베개하고 마주누워
      잔디 뜯어 입에물고 쳐다보던 뜬구름 표절할래
  * 샛강 돌다리 모래언덕 너머 둥근돌 많은 큰 강변
      조약돌 주워모아 쌓았다 헐었다 하던 돌탑놀이 표절할래
  *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곳
      산 너머 기적울림처럼 정답던 그 시절 표절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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