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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는 도반(刀瘢)을 / 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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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7회 작성일 16-05-21 11:58

본문

물소리는 도반(刀瘢)을    /  이병일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는 빠르고 평평하다
묶어둘 수가 없으니 한사코 곡선을 버리지 못했다

밤새도록 저 물줄기가 예리하게 반짝이는 건
모래가 되지 못한 별들이 죽어
물빛이 되지 못한 나무들이 죽어
밝음 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금이 되었던 거다

그러니까 앞앞이 흘러가는 것들이 날을 간다
그 날에 찔리고 베인 물고기들이 가끔 죽는다고 했다

물고기들은 물줄기에 찔리지 않으려고
제 몸속 가시로 물결을 먼저 찌르고 떠서 지느러미를 깎는다

물살 뒤집어질 때마다
여러번 베이고 찔려도 죽지 않는 건 물소리다
일찍이 수면 바깥으로는 벗어난 적 없었으니까
물소리는 물소리로 도반을 숨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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