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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봄날에 대한 변명/ 이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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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75회 작성일 16-01-10 13:12

본문

마지막 봄날에 대한 변명 / 김영옥

낯익은 집들이 서있던 자리에

새로운 길이 뚫리고, 누군가 가꾸어 둔

열무밭의 어린 풋것들만

까치발을 들고 봄볕을 쬐고 있다

지붕은 두터운 먼지를 눌러 쓰고

지붕아래 사는 사람들은

이제 서로의 안부조차 묻지 않는다

떠난 자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는

오래된 우물만 스스로 제 수위를 줄여 나갔다

붉은 페인트로 철거 날짜가 적힌

금간 담벼락으로 메마른 슬픔이 타고 오르면

기억의 일부가 빠져 나가버린 이 골목에는

먼지 앉은 저녁 햇살이 낮게 지나간다

넓혀진 길의 폭만큼

삶의 자리를 양보해 주었지만

포크레인은 무르익기 시작한 봄을

몇 시간만에 잘게 부수어 버렸다

지붕 위에 혼자 남아있던 검은 얼굴의 페타이어가

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을 공연히 헛 돌리고

타워 크레인에 걸려있던 햇살이

누구의 집이었던

쓸쓸한 마당 한 귀퉁이에 툭 떨어지면

윗채가 뜯 긴 자리에

무성한 푸성귀처럼 어둠이 자라나고

등 뒤에서는 해가 지는지

신도시에 서있는

건물 유리창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 감상
재개발 되기 위해서 해체 되는 낙후지역의 풍경을
쓸쓸하면서 담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사실적이면서도 정감이 가면서 고향을 잃는 실항민의 심정처럼
어떤 아쉬움이 출렁이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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