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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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고정희
생일선물을 사러 인사동에 갔습니다
안개비 자욱한 그 거리에서
삼천도의 뜨거운 불기운에 구워내고
삼천도의 냉정한 이성에 다듬어낸
분청들국 화병을 골랐습니다
일월성신 술잔 같은 이 화병에
내 목숨의 꽃을 꽂을까, 아니면
개마고원 바람소릴 매달아 놓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장백산 천지연 물소리 풀어
만주대륙 하늘까지 어리게 할까
가까이서 만져보고
떨어져서 바라보고
위아래로 눈 인두질하는 내게
주인이 다가와 말을 건넸지요
손님은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있군요
이 장사 삼십년에
마음의 선물을 포장하기란
그냥 줘도 아깝지 않답니다
도대체 그 분은 얼마나 행복하죠?
뭘요...
마음으로 치장한들 흡족하지 않답니다
이 분청 화병에는
날개가 달려있어야 하는데
그가 이 선물을 타고 날아야 하는데
이 선물이 그의 가슴에
돌이 되어 박히면 난 어쩌죠?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시에 있어, 감동을 받는 것만큼 좋은 감상법은 없다>는 게 제 생각이지만..
상대를 위한 선물에 날개를 다는, 순일純一한 그리움의 감동이 가슴에 젖어듭니다
다소, 전투적 시어를 즐겨 썼던 훼미니즘의 전사戰士 같은 시인에게
이렇듯 애틋한 그리움도 있었군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문득, 저두 선물을 고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정성껏 화병이랑 철늦은 매화꽃을 구하느라 혼이났어요..(웃음)
정갈한 시어로..깊은 그리움을 담아낸다는 건,
시인님들만의 특별한 은총이라는요..
평안한 시간 꼭 되시구요..다녀가심 감사드려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어떤 분인지 몰라도,
쪽빛 시인님의 날개 달린 선물을 받는 사람은
무지 행복한 분이라는... (웃음)
하늘은쪽빛님의 댓글의 댓글
그러게요..제 생각에두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눈 인두질 몇 번 오르내린 선물인데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