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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 /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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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906회 작성일 15-09-24 15:49

본문

환절기의 옷장을 정리하듯
애증의 물꼬를 하나 둘 방류하는 밤이면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길,
내가 가야할 저만치 길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크고 넓은 세상에
객사인지 횡사인지 모를 한 독신자의 시신이
기나긴 사연의 흰 시트에 덮이고
내가 잠시도 잊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달려와
지상의 작별을 노래하는 모습 보인다

그러므로 모든 육신은 풀과 같고
모든 영혼은 풀잎 위의 이슬과 같은 것,
풀도 이슬도 우주로 돌아가, 돌아가- - (한 0 0)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이어라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어라 - - (강 0 0)

잊어야 할까봐
나는 너를 잊어야 할까봐
아무리 붙잡아도 소용없으니까 - - (노 0 0)

하느님 보시기에 마땅합니까? - - (김0 0)

오, 하느님
죽음은 단숨에 맞이해야 하는데
이슬처럼 단숨에 사라져
푸른 강물에 섞였으면 하는데요 - - (나)

뒤늦게 달려온 어머니가
내 시신에 염하시며 우신다
내 시신에 수의를 입히시며 우신다
저 칼날 같은 세상을 걸어오면서
몸이 상하지 않았구나, 다행이구나
내 두눈을 감기신다

* 감 상
이 시는 지리산에 등산 갔다 실족사 한 고정희 시인의 유고작인데
마치 자기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한듯
사유가 온통 죽엄으로 드리워져 있어 섬뜩한 분위기가 감돈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자요~

독신으로 살다 간 시인..

시인은 예언자란 말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시인 자신의 운명도 해당이 되나 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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