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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운 (餘 韻)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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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79회 작성일 15-10-06 15:55

본문

물에서 갓나온 여인이
옷 입기 전 한때를 잠깐
돌아선 모습

달빛에 젖은 塔이여!

온몸에 흐르는 윤기는
싱긋한 풀 내음새라

검푸른 숲 그림자가 흔들릴 때마다
머리채는 부드러운 어깨 위에 출렁인다,

희디 흰 얼굴이 그리워서
조용히 옆으로 다가서면
수지움에 놀란 그는
흠칫 돌아서서 먼뎃산을 본다,

재 빨리 구름을 빠져나온
달이 그얼굴을 엿보았을까
어디서 보아도 돌아선 모습일 뿐

영원히 보이지 않는
탑이여!

바로 그때였다 그는
남갑사 한 필을 허공에 펼쳐
그냥 온몸에 휘감은 채로
숲속을 향하여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

한 층
한 층
발돋음하며 나는

걸어가는 여인의 그 검푸른
머리칼 너머로
기우는 보름달을
보고 있었다

아련한 몸매에는 바람소리가
잔잔한 물살처럼
감기고 있었다,

* 감상
달빛 속에서 裸像의 여인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 아름다운
모습이여운으로 남는데
운율과 이미지가 꼭 시, 僧舞를 닮아서
시를 읽으면, 고깔 쓴 여승이 춤추는 모습과 달빛 속 나상의
 여인이 눈 앞에서 지나가는 모습이 복합되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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