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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 떼를 생각한다 / 류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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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52회 작성일 15-10-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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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 떼를 생각한다 / 류시화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낄 때
바람을 신으로 모신 유목민을 생각한다
별들이 길을 잃을까 봐 피라미드를 세운 이들을 생각한다
수백 년 걸려
불과 얼음을 거쳐 온 치료의 돌을 생각한다
터질 듯한 부레로 거대한 고독과 싸우는 심해어를 생각한다
여자 바람과 남자 바람 돌아다니는 북극의 흰 가슴과
히말라야 골짜기 돌에 차이는 나귀의 발굽소리를 생각한다
생기 계속되는 동안은 눈을 맞을 어린 꽃나무를 생각한다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낄 때
오두막이 불타니 달이 보인다고 쓴 시인을 생각한다
내 안에서 퍼붓는 비를 맞으며 자라는 청보리를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고 상처 받지 않는 사람보다
사랑하고 상처 받는 사람을 생각한다
불이 태우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심장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깃 가장자리가 닳은 되새 떼의 날갯짓을 생각한다
뭉툭한 두 손 외에는 아무 도구 없이
그 해의 첫 연어를 잡으러 가는 곰을 생각한다
새의 폐 속에 들어갔던 공기가 내 폐에 들어온다는 것을 생각한다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낄 때
겨울바람 속에 반성문 쓰고 있는 콩꼬투리를 생각한다
가슴에 줄무늬 긋고서 기다림의 자세 고쳐 앉는 말똥가리를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면서
둥근 테두리가 마모되는 동전을 생각한다
해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이곳에 왔슴을 생각한다

* 따라하기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낄 때
 죽은 누이 무덤가에서 바가지 속 꽁보리 밥 뺏어 먹던 시절을 생각한다
 늦 가을 감나무에 하얗게 된서리 맞은 까치밥 한 송이 생각한다
 피라미 떼 파닥 파닥 튀어 오르는 강나루 저녘 노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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