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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지중해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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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10회 작성일 15-08-11 15:28

본문

대보름날, 걷기 시작한 것이 어떻게 한강변에 닿아 언덕에 섰다
달은 크고 둥글고 단물에 흠뻑 취해
단 한번의 달꽃으로 피어나고 있는중이었다,
지중해, 언제나 그 말은 꿈을 주었는데
여자의 지중해,
보름달은 그런 말을 생각나게 하였다

달의 뒷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때 임종 직후 혼자 버려져 있던 그녀의,
급속으로 쪼그라든 울퉁불퉁 검은 뒤통수가
달의 뒷모습이었을까,
지중해 여자들이 몸 속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지중해라는 슬픈 사랑

보름달 아래서 달집을 태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해의 액운을 가지고 말없이 타올라
재앙을 한 몸에 거머쥐고 홀로 떠나는 달집의 지푸라기에서
화장터에서 고독하게 타오르고 있던
시어머님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조상들은 자손들의 달집으로 태워져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어느, 날, 어, 느, 어, 느, 고, 유, 한, 날,
이땅의 액운과 재앙들을 한 몸에 거머쥐며
다시는 되풀이될 수 없는 불의 춤을 그으며
달집인 양 타서 가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달집인 양 타서, 가서, 달빛의 풍요에 몸을 보태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한 방울의 눈물이 몸 안의 지중해를 일으킨다,
일렁이는 지중해는 높이 파도쳐 올라
달의 손에 닿으려고 혼신으로 물의 날개를 퍼득인다,
달은 오늘 다 되었다, 저 언덕에 이르렀다,
오늘 달은 다다, 다 왔다,
나의 지중해는 오늘 달에 닿으려고
심장의 두 꽃잎을 북으로 가득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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