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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취선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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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88회 작성일 15-08-14 10:18

본문

기억하는 것은 어느 하루
빗살무늬가 촘촘히 박힌 시간의 한 층위이고
당신과 어둠살을 누빈 바늘이다
추위를 피해
동굴 안으로 숨어들어간 짐승의
심장을 내리꽂던 뼛조각이다

머리를 질끈 묶는다

들소 가죽에 퍼진 배설의 무늬
비워진 욕망이 그 위에 피어있다

적과의 사투를 견디지 못했는가
당신이 오지 않는 밤
달은 방광이 터질 듯 무거워 보인다
당신에게 젖을 내주었던 시간이 멀다
혀끝에 걸린 말이
동굴 벽을 돌아 다시 내게 온다

당신은 하늘에 무엇으로 떠있는가
빗장 뼈 아래
비벼진 체액
문득 돋을 그 하루
눈물의 질료는 눈보라의 極寒感으로 정한다

풀섭을 빠져나온 더운 숨이 공기나무 숲을 부유한다
어둠이 지나간 몸에서 비늘처럼 별이 떨어진다
내 몸 어디쯤 절취선이 깊다


* 이화영 : 2009년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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