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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서브마린 /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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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84회 작성일 15-08-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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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에 밤이 모면
남도여관 뒷골목에 노란 서브마린 불빛 켜진다
시멘트 벽돌의 몰골을 그대로 다 드러낸,
겨우 창문을 통해 숨을 쉬는지는 알바없는
서브마린에 불이 켜지면
벌어진 아가미 틈새로 하얗고 비린 담배 연기가 흘러나온다
세상의 험한 욕이란 욕도 거기서 다 흘러나온다
갈데까지 간 여자와 올 데까지 온 남자가
곧 죽을 것처럼 한데 뒤엉킨
서브마린에서는 때때로 항구의 악몽과 통곡이
외상으로 거래되고
바다의 물거품과 한숨이 아침까지 정박한다
지붕 위에선 밤새 풍랑이 일고
지붕 아래선 끈적한 울음 같은 것들이 기어간 흔적이
수심에 잠긴 뻘밭 같기만 한데,
밤 깊은 서브마린에서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세상은 다 끝난 것만 같은데,
아침이면 다들 멀쩡하게 바다로 출근 하는 것이다
죽을 것처럼 살아서 거짓말처럼 철석거리는 것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나면
어김없이 서브마린에 노란 불빛이 켜지고
항구의 낡은 사내란 사내 거기서 다 술 마신다
저렇게 버려진 잠수함으로는 아무데도 갈 수 없지만,
한 번 시동 걸린 사내들은 어디든 간다
목포의 눈물에서 흑산도 아가씨까지
거기서 술은 팔고 몸을 팔든 내 알 바 없지만,
남도여관 창문을 반쯤 열어 놓고 나는
바닥의 절박한 생을 끌고 가는 한 척의 슬픈 잠수함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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