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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북(鼓) / 전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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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4회 작성일 19-03-27 05:42

본문

물의 북(鼓) / 전 결

소금쟁이가 웅덩이에 떠 있다

죽은 듯 있다

산 것이 산채로 꼼짝도 않을 때

그것은 집중(集中)​

발을 딛고 선 곳을 두드리는 순간

잠잠하던 물이 안테나를 펼쳤다

떨림은 울림에서 피어난다

벌레 한 마리 물 위를 지났을 뿐인데

기슭의 잎이 흔들리는 건

물의 입에서 피어난 떨림이

나무의 귀에 닿았기 때문

나무는 꼼짝 않고 귀 기울이고 있었을 것이다

테두리가 테두리를 미는 힘

나이테는 겹을 늘리고

​겹겹의 결 한 가운데 흔들리는 울음

물의 무늬를 새겼을 것이다

나무의 심연에서 일어선 소리의 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때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열리는 눈과 귀는 안테나다

고요에서 일어서는 것의 무늬는 왜 둥근가

소금쟁이 한 마리 지나간 자리

북이 울고 있다

* 2017년 제14회 <문학들> 신인상 수상작

< 감 상 >

​세상은 고요한데 소금쟁이 한 마리 물 위에 꼼짝 않고 안거(安居)중이다   

소금쟁이 녀석이 발 한 번 두드리니 물에서 동심원 일으키며 북소리 난다

그때부터 숲속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시작이다

기슭의 입이 흔들리는 건 / 물의 입에서 피어난 떨림이 / 나무의 귀에 닿았기 때문

나무는 동심원으로 겹겹이 나이테를 두르며 소리 없는 북소리 붙들고 있다

북소리가 나무테의 물결따라 숲속 멀리까지 울려펴지면

이제 막 솟은 달님도  뚝방의 쑥부쟁이도 선잠 깬 새끼 다람쥐까지도 

둥둥 북소리와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추겠지   

소금쟁이 한 마리 발 두드리는 소리에 숲속은 온통 잔치 판이다

한 줌 꼭 쥐고 놓치고 싶지 않은 시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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