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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새 이야기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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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9회 작성일 19-06-13 06:20

본문

눈먼 새 이야기 / 강인한


벼락 맞은 고목나무가 검은 산발(散髮)을 하고 섰는

중학교 교정을 빠져나와

내 어린 사랑은

불붙는 황혼 속으로 달려가고,

바닷가 소금밭으로, 환희의 소금밭으로

즐거운 맨발로 달려가고 있었지,


그때 문득

새 한 마리가 교사(校舍)뒤 수풀에서 솟구쳐 올라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가고 있었지,

그리고 어디선가 죽은 사람의 날카로운 휘파람이 날아와

새의 작은 가슴을 뚫고 지나갔지

새는 뜨거운 조약돌이 되어

바다에 떨어졌고

파도 위 한 점 부표처럼 떠서 흐르는

내 어린 사랑,


상실의 슬픔은 그때부터

내 온몸의 구석구석에 검은 발을 드리우고

성긴 빗방울이 내 머리속에 방울져 듣다가

마침내 흐득이기 시작하였지,


여름밤 서늘한 별빛이 자릴 옮겨 물먹는 지금

상처 난 어깨의 구멍으로

소금기 많은 바람은 불어오고

내 어린 사랑은 어둠에 묻힌 고목나무 가지에 숨어

한 마리 눈먼 새가 되어 울고 있지,

한 줌 회진(灰塵)으로 나직나직 

바람에 불리우고 있지


* 강인한(강동길):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입술>외 다수, 1982년 전남문학상, 2010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다음 카페 <푸른시의방>운영



< 감 상 >

화자의 꿈 많은 어린시절이 校舍 뒤 수풀과 바닷가 소금밭등을 배경으로 즐거운 맨발로

달려가고 있다


화자의 가슴 속에는 환희와 희망(한 마리 새)이 솟구쳐 날개를 파닥이며 힘차게 날아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죽은 사람의 날카로운 휘파람소리(광주 5.18의 슬픔인듯?)가 恨(뜨거운 

조약돌)이 되어 바다에 떨어져 한 점 부표처럼 떠다니고 있다


그때부터 상실의 슬픔속에 흐득이기 시작하였고 상처난 어깨의 구멍으로 소금기 많은 바람이

불어와 한 마리 눈먼 새가 되어 허덕이고 있고, 그 슬픔은 한 줌 티끌로 지금도 나직나직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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