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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현궁을 지나며 / 김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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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8회 작성일 19-11-0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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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현궁을 지나며 / 김창범


낙원상가를 지나

북촌마을 쪽으로 가노라면

안국역에 미처 이르기 전에

열린 한옥 대문으로 안마당이 흘깃 보인다

늙은 대감이 종을 부리며 기침하는 소리가 들린다

짐짓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역사는 살아서 처마 밑에 매달렸고

조선의 사랑채가 한가롭게 가을비를 맞는다

노인의 호령은 아직도 살아서

정갈하게 비질한 노안당(老安堂) 마당을 가득 채운다

지금은 그저 지난 일이라지만

한나라의 운명이 휘청 대던 그 날,

기왔장 틈으로 이끼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잠자는 나라여 깨어나라

오천 년 역사여, 백성이여 일어나라

늙은 대감이 대문을 열고

헌법재판소 앞길로 후다닥 달려 갈 채비다

운현궁 돌담 밑을 지나가노라면

조선이 무너지던 날,

깨어지는 기왔장 소리가 들린다

늙은 대감의 애끓는 기침 소리가 들린다


* 김창범 : 1947년 충북 보은 출생, 1972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봄의 소리>등 다수


< 소 감 >

운현궁 하면 흥선대원군이 생각나고 대원군 하면 구한말 망해가는 우리 

조선이 떠오른다

안동김씨 60년 세도정치를 무너트린 대원군의 강력한 인본통치는 사뭇 

신적이기도 했다


서원을 철패하고, "백성을 괴롭히는 자는 공자가 살아서 돌아온다해도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 는 강한 의지의 부정부폐척결과 부국강병 정책은

대원군의 업적이기도 하다


대원군이 물러난 후, 명성황후의 등장과 민씨 일파의 악독한 부정부폐와

혹세무민은 임오군란과, 동학혁명의 원인이 되면서 극심한 혼란과 

피폐로 조선은 멸망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역사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책을 비난하지만, 대원군이 개국정책을 펼쳤더라도 

간교한 일제의 대륙침략 야욕으로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훨씬! 그전,인조임금 때,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인질로 갔다 돌아오면서 소현

세자가 경험한 신식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개국정책을 썼다면 (쓸데없는 북벌계

획은 포기하고) 조선은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인조임금은 세종대왕 못지않은 

성군으로 길이 민족 가슴에 남았으리라


화자는 운현궁을 지나면서 그 때를 생각하며 이미지를 구성한 듯 한데 필자로서는 

무거운 아쉬움 때문인지 아주 공허하고 초라한 느낌이 든다


- 잠자는 나라여 깨어나라,

- 오천년 역사여, 백성이여 일어나라,

오늘을 사는 우리는 후손에게 나라를 잃은 아픔을 다시는, 다시는 주지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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