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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아래서 / 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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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9회 작성일 19-11-1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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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아래서 / 기혁

- 2016년 4월 16일 오후 3시 30분 연희삼거리


걸음을 멈춘 뒤에야

당신이 부딪쳤던 대기가 보였다

적고 또 적은 이름들이

새까만 옹벽을 이루고 있었다

손을 가져가자

매달려 운 흔적이 번졌다


많이 흩어졌고, 근칭(近稱)이 늘었다고

무심코 내뱉은 일상이 못처럼 박혀 있었다

절망하는 일만큼

숨 쉬는 일도 직설은 아니었다


소망(消忘)의 과적 차량이 지나는 동안

우리의 침묵엔 몇 번의 급브레이크와

스키드마크가 남았던가

신호가 뒤바뀌는 합법적 평화마저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진실의 횡단


가야 한다 굉음을 뚫고서

온몸으로 매달려 거짓의 끝을 보아야 한다


사람들아, 사아람들아 부르면 되돌아보는

한낮의 낯뜨거움 아래

최대치를 향해 가는 긴 그림자의 시간


가늘어진 모가지에도 당신이 소용(召用)했던 할 말이 걸

린다


검게 번진 슬픔 위로 별빛을 걸어두었다

녹색 불이 켜지는 동안

밤의 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 기혁 : 1979년 경남 진주 출생, 2010년<시인세계>시 부문, 2013년

          <세계일보>신춘문예 평론 부문 등단,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등



< 소 감 >


시인은 연희삼거리 인도 위 적색신호에서 청색신호를 가다리는 동안 깊은 상상에

빠져든다

자동차 지나가는 눈앞 현실 풍경과 상상 속 자신의 심상들이 겹치면서 혼재되고 있다


잠시 멈춰 서 있는 동안 무심코 흘려버린 일상들이 못 박힌듯 강하게 떠오르고

건널 수 없는 붉은 신호등이 뚫을 수 없는 생의 장벽으로 환치 되면서 허덕이고 있는

자신을 느끼며

우리 인생사에 지울 수 없는 사건들이 지금 막 눈 앞에 질주하는 과적 차량의 몇 번의 

급브레이크 와 스키드마크로 전이되고 있다 


- 가야 한다 굉음을 뚫고서

- 온몸으로 매달려 거짓의 끝을 보아야 한다


고달픈 인생살이에서도 소망을 이루고 말겠다는 굳은 결기를 보이고 있는데 드디어

청색신호로 바뀌고 모든 상상은 산산이 깨지면서 현실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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