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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읽는 법 /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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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9회 작성일 19-11-25 04:00

본문

나비를 읽는 법 / 박지웅


나비는 꽃이 쓴 글씨다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폴나폴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다시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울퉁불퉁하게 때로는 결 없이

다듬다가 공중에서 지워지는 글씨

나비를 천천히 펴고 읽고 접을 때

수줍게 돋는 푸른 동사들

나비는 꽃이 읽는 글씨

육필의 경치를 기웃거릴 때

바람이 훔쳐가는 글씨


* 박지웅 : 1969년 부산 출생, 2000년<문화일보>신춘문예 등단, 2016년 제11회<지리산문학상>, 

            2017년 제19회 <천상병시문학상>, 2017년 제21회<시와시학젊은시인상>수상,

            시집<빈손가락에 나비가 앉앗다>외 다수



< 소 감 >


양짓말 돌담 밑에 핀 채송화, 봉선화에 나폴나폴 날아들던  

그 때 그 노랑나비 호랑나비가 꽃이 쓴 글씨라니,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비의 동작 하나하나가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라니,


시인의 상상력은,

시인이 뿌려놓는 아름다움은 어디까지일까?

독자는 그져 장자의 꿈처럼 혼몽에 빠져 허우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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