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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그리는 사람 / 유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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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6회 작성일 20-03-08 07:10

본문

새를 그리는 사람 / 유미애


그러나 여기가 끝은 아니고 저 위쪽 달의 젖은 뺨을 보며 달리는 붓질, 낡은 벽을 채운 새들과 구석에 쌓인 새똥


그는 새처럼 우는 사람


누구보다 달의 눈꺼풀에 가까운 사람 제 눈물과 같은 꽃씨를 새의 눈에 심는 사람 이 방을 끌고 날아가라고 이렇게

퍼덕이는 바닥을 보았냐고, 좁은 방 가득 활짝 핀 눈들이 떠있지만


그는 새를 죽이는 사람


한 마리를 팔아 연필을 바꾸고 또 한 마리를 잡아 빵을 얻고 하지만 그의 하늘은 불량품이 많아 붉은 구름이 범람하곤

하지 삐걱삐걱 쉴 새 없이 돌아가야 하는


그는 새의 노예가 된 사람


죽은 꽃을 치우느라 심장이 식어버린 사람 새는, 가장 빛나는 슬픔으로 반짝여야 한다고 깃털과 깃털을 조율하며 날마다

달을 향해 점프하는, 새보다 더 새 같은 사람 새가 아니면 뭣도 아닌 사람 그러나 한 번도, 날아본 적 없는 사람


* 유미애 : 1961년 경북 문경 출생, 2004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손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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