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한영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간이역
한영희
30년 전 소나무를 만나러 갑니다
너와 나 포장마차 닭발은 마거리트를 닮았어요
언제나 소주 한 잔은 부제였죠
삼색제비꽃이 한창이네요
작은 연못에서 입맞춤하던 물고기들이 낯선 발자국 소리에 놀라 몸을 숨기네요
잡히지 않는 목소리를 더듬으며
머물 수 없는 시간을 찾아서
미로처럼 슬픈 약속들
너와 나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봄비가 대책 없이 내리는 간이역 플랫폼에
가로등이 손을 흔들고 있네요
아픈 흔적을 닦아주는 비
해님이 얼굴 내밀기 전에
하행선은 매진되었으므로
눈물이 사라진 나를 설득해 집으로 돌아갑니다
[시 감상]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고 기차가 정차만 하는 역을 간이역이라 한다. 삶이라는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아무도 없는 간이역에 내릴 때가 종종 있다. 덩그러니 홀로 남은 기분, 안주할 곳이 아닌 곳에 내린 기분, 서둘러 다른 방향으로 가는 다음 기차를 타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자. 어쩌면 지금 서 있는 이 간이역이 내 삶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지도 모른다. 삶은 그렇다. 떠난 뒤에야 아는 것이다.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한영희 ; 2018년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광주, 전남 작가회 회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