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우물/ 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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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우물
김만수
아무도 와 닿지 않는 물 바닥
물 높이를 맞추는
너의 절제를 본다
늘 그만큼만 쓰고
남은 것들을 고요히
평평하게 개고 접어서 제자리에 얹어놓는
창주리 저녁을 본다
할아버지의 우물을 상속한
외삼촌은 목사가 되어
세상에 젖을 물리는 우물로 깊어져
골짝으로 돌아오질 못하고
푸른 댓잎을 건지며 우물을 지키던 대밭골 영감도
한 모금 저녁 물을 마시고 가신 오늘
청개구리 한 마리
끌어당긴 하늘 속으로 뛰어든다
둥글게 찌그러지는
할아버지의 우물
[시 감상]
추석이 지나갔다. 지났다로 표현해야 하는데 지나갔다로 말한다. 올해 추석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예년의 어떤 추석보다 휑했다. (우물)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늘 그만큼만 쓰고 남은 것들을 고요히 평평하게 개고 제자리에 두는 우물. 삶이라는 우물에서 많은 것을 가져다 썼다. 그래도 우물은 둥글게 찌그러져도 다시 평평하다. 고요하다. 올 추석은 둥글게 찌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평평한 수면을 유지할 것이다. 내년 추석엔 더 많은 것들을 가져다 써도 늘 그대로인 삶이라는 우물을 보고 싶다. 문득, 할아버지가 못내 그립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김만수 프로필] 경북 포항, 중고등학교 교사, 실천문학, 시집[소리내기]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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