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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소 / 박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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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0회 작성일 20-10-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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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소 / 박판식

유년시절 자신의 음부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해준 여자의 부음을 듣는다
잘린 잔디밭을 맨발로 걷는다
깨진 거울로 조각난 표정을 맞추는 놀이를 한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모아놓은 유지매미의 숫자를 세거나 커튼을 쳐 놓고 혼자서 논다
물 속에 집을 짓는 잎사귀날도래,
어른이 되지 않으면 물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양친은 내게 친절함과 더불어
견딜 만한 불행을 속주머니처럼 내 몸통에 달아주었다
나는 물 밖으로 나오기 싫은 구름을 끄집어낸 손바닥 위에 올려 놓는다
운명에 재빨리 반응한 것이 가장 먼저 증발한다
손바닥은 뜨거워지고 나는 생기를 얻는다
모두 죽어간다, 하지만 크게 앓고 난 인간은 마치
한번도 손대지 않는 불꽃처럼 다시 살아난다
본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구름, 그러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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