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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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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9회 작성일 20-11-09 04:32

본문

사람이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 신정민


사람은 저마다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가 있다


성체조배 하러 가는 길


온몸에 황금을 칠한 어둠 속에서 찢긴 잠의 절단면을 걷고 있던 사람 하나가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에겐 그 벚나무 어딘가에 아름다운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셀 수 없는 꽃잎이 되려고


그가 걸어 들어간 벚나무 아래서

내 안에 내리고 있는 새벽 빗소리를 들었다


질 나쁜 종이에 연필심 긁히는 소리


전국의 벚나무 개화 시기가 조금씩 달랐던 건 사람들이 집을 떠난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죽어도 가로수로 서 있을 사람

혹여 누군가 활과 화살을 만들기 위해 이 나무를 베어 낸다 할지라도


바람에 흩날리는 우수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던 화려한 시절


짧아서 아름다웠던 생

바구니를 메고 있는 새벽이 벚나무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 신정민 : 1961년 전북 전주 출생,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뱀이 된 피아노 > 등 다수


< 소 감 >


사람은 저마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그는 그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가기 위해 성체조배도 하고 한 그루 나무도 심는다


- 그가 걸어 들어간 벚나무 아래서 

- 내 안에 내리고 있는 새벽 빗소리를 들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이미지 속에서 그와 나는 

對位法적 관계에 있는 데

살다보면 그런 숙명적인 관계를 만나게도 되지

벚나무 숲에 들어가 그가 찾고 있는 나라는

내가 찾고 있는 꿈 속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


대립과 협력으로 끝없이 길항하면서 

본질(이상 또는 신념)을 향해 초월과 초월을 거둡 하지만 

결국 운명적 갈림길에서 우리는 헤어지게 되리

마치 서로 떠가는 한 조각 배처럼 


"절벽으로 기어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色 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


보들레르의 악의 꽃 속에서

칸트의 순수이성 속에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속에서

나는, 인생 최대 마지막 향연을 즐기고 있었는 것이다


* 김경주 시인의 <외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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