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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법 / 권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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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7회 작성일 21-04-12 05:02

본문

자연법 / 권달웅


조각달을 앞세우고 간다.

여울물을 기어오르는 피라미처럼

공기주머니 하나 달랑 차고

소유한 게 적어도 물 따라 산다.


풀잎에 알을 낳는 풀벌레처럼 

주어진 시간 그대로,

청설모가 굴밤 한 톨 물고 가듯

가랑잎 같은 시를

소중히 갈무리하고 산다.


소슬한 가을바람 따라 산다.

새빨갛게 익은 석류가

저절로 팍, 하고 깨어지듯

작은 소리를 알아듣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산다.


* 권달웅 : 1944년 경북 봉화 출생, 1975년 <심상> 등단, 2011년 제21회 편운문학상,

            2020년 동리, 목월 문학상 수상, 시집 <산도화꽃 그늘 아래> 등 다수


< 소 감 >


살짝 현실을 떠나 자연과 조금만 어울어지면 현실감각이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풀잎에 맺힌 새벽 이슬방울처럼 또르르 굴러가는 담박하고 아름다운 생을 영위

할 수 있으리라

지나치게 문명에 경도되면 이성이 기계화, 동물화 되어 새로운 환상을 계속 찾게

되고 끝내는 불을 찾아 헤매는 나방처럼 환락만 좇게될 것이다


허약한 인간에게는 자연의 현덕(玄德)이 절대 필요하고 문학 또한 필수적이다

자연의 현덕과 문학의 힘이란 기계소리 속 같은 각박관념 속에서 인간에게서 

멀어져가는 인간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는 힘이다


- 청설모가 굴밤 한 톨 물고 가듯 / 가랑잎 같은 시를

- 소중히 갈무리하고 산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화양연화(花樣年華)라 하는데 시인 또한

그런 시기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화양연화란 그냥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생을 걸고 자신과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 

나도 훗날 천상병시인 귀천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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