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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에게 / 문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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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3회 작성일 22-05-16 05:06

본문

풀에게 / 문효치


시멘트 계단 틈새에

풀 한 포기 자라고 있다

영양실조의 작은 풀대엔

그러나 고운 목숨 하나 맺혀 살랑거린다

비좁은 어둠 속으로 간신히 뿌리를 뻗어

연약한 몸 지탱하고 세우는데

가끔 부심한 구두 끝이 밟고 지날 때마다

풀대는 한 번씩 소스라쳐 몸져눕는다

발소리는 왔다가 황급히 사라지는데

시멘트 바닥을 짚고서 일어서면서 그 뒷모습을 본다

그리 짧지 않은 하루해가 저물면

저 멀리에서 날아오는 별빛을 받아 숨결을 고르고

때로는 촉촉이 묻어오는 이슬에 몸을 씻는다

그 생애가 길지는 않을테지만

그러나 고운 목숨 하나 살랑거린다


* 문효치 :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서울신문,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정과정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수상, 시집 <나도 자람꽃> 등 다수


#,

시멘트 계단 틈을 비집고 나오는 연약한 풀대를

바라보는 화자의 눈길은 온화하다 

그렁그렁 눈물 맺힌 듯 나브끼는 풀대 모습에서

따뜻하고 다정함과 소소한 낭만까지 느끼게 되고 

심상 끝자락에 저항 이미지도 살짝 보이기도한다

 

일제시대의 핍박, 6.25의 비극, 이승만 독재정권

무자비한 군화발통치등 우리 민족에게는 쓰라린 

고통과 굴종의 시대가 있었는데, 

김수영 시인의 풀에서도 느꼈 듯 풀은 쓰러졌다 

꺾이지 않고 끈질게 다시 일어서는 저항의 민족 

이미지로 상징되어 왔다

 

군화발 통치의 암울했던 시대에 그 고통을 한 줌의 

물처럼 달래주던 타는 목마름의 시인, 오적의 시인 

풀의 정신, 풀의 결기 김지하 시인이 얼마전 타계했다 

참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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