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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밭에서 /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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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1회 작성일 22-05-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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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밭에서 / 김승일

 

    학생들은 학교 야채밭에 묘지라는 팻말을 걸고 거기에 딱딱한 의자 하나 두고 누가 거기 앉기라도 하면 목책에 몸을 기대고 믿느냐 네가 진실로 믿느냐 깔깔대며 묻고 까부는 것이 관례가 되었나 보다 지나가다가 그러고 노는 녀석들을 발견하면 잡아다가 행복하냐고 묻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러면 우물쭈물 속 시원히 대답하는 놈이 없다 어느 겨울엔 내가 딱딱한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서 흙이며 낙엽이며 쓰다듬으며 놀고 있는데 학생 하나가 와서 그 놀라운 보편을 믿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종자여, 네가 말하는 그 놀라운 보편이 무엇이냐 물으니 아, 뭐더라.......또 다른 고통을 위한 잉태? 그렇게 대답하고 가만히 섰다 여름이 가기도 전에 모든 이파리 땅으로 돌아간 포도밭, 참담했던 그해 가을, 그 빈 기쁨들을 지금 쓴다 친구여.

 

================================

    詩는 언제나 새로워야 한다. 어떤 개척적인 일말의 활동, 동시대적이면서도 또 다른 이면을 표현하는 어떤 언어, 혁신 뭐라고 해야 하나, 체계화되지 않은 불확정성에 대한 자유와 같은 핀란드. 그렇다. 춥고 어둡고 얼 것 같은 겨울. 그래 말해서 뭐하나 종자여,

    너는 보편을 믿느냐? 하고 물으면 삶과 죽음의 어떤 경계.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지만 이쪽도 아닌 어떤 세계와 어깨 나란히 하며 거저 웃는 당신. 생산적인 노동을 벗어 약간의 허무한 찰나의 안식 같은 것, 어쩌면 포도 같은 결실.

    또 누군가는 와서 따 먹을 수 있는 한 때 여름을 그 뙤약볕에 무르익던 삶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안식을 나누는 행위

    학교밭에서, 5월은 오디가 익어가고 그 오디를 따먹을 수 있는,

    그래 결론은 행복하냐고? 묻는다.

    회색빛 콘크리트 벽 바라보며 눈 지그시 감는다. 영혼의 충만함. 그것을 채울 수 있느냐가 문제겠다.

    무슨 말을 그리 길게 쓸 필요가 있을까? 아무런 색깔도 섞지 않은 어떤 푸르름을 장려할 수 있다면 가을이여 그대는 충만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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