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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 버려진 골목 / 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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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7회 작성일 22-05-30 05:35

본문

기타가 버려진 골목 / 조원


진눈깨비 내리는 골목

깡마른 철문 아래 그녀, 덩그러니 앉았다


울림 구멍 휘돌아

환하게 퍼지던 목소리

어디에서 끊어졌나, 생의 테두리가 뭉개진 듯

귓가는 물먹인 판지처럼 먹먹하다

어느새 얼굴에도 나뭇결이 깊다


기억 속 줄감개를 조여 허공을 탄주하던 바람과

헌 옷가지에 비닐을 덧댄 창문으로

종종거리며 달려오던 진눈깨비, 저 허깨비들

공명으로 잡지 못한 시간을 새하얗게 덮고 있다


텅 빈 젖무덤 자리

적빈의 쥐꼬리만 드나들고


* 조원의 시집 <슬픈 레미콘> 중에서


#,

철문 밖 버려진 낡은 기타가 늙은 여인으로

비유되는 이미지다 

기타도 여인도 한때는 좋았다

물건이나 사람이나 낡고 늙어지면 서글픈 것 

덧없는 세월에 인생 허무가 느껴지는데 

울림통에서 탄주 되는 메타포가 참 호기롭다


                *


경로당 앞 나무 의자에 쭈그려 앉은 노인

줄 끊겨 버려진 대문 밖 낡은 기타 같아서

꺼져가는 눈동자 위로 한줄 햇살이 따사롭다

울림통 감돌아 힘차게 탄주 되던 기타처럼

노인도 한때 인기 쟁쟁한 가수였다

부르는 노래마다 대박 터졌고

파란 나비넥타이 악어가죽구두에 힘이 넘쳤다


박수갈채 환호성 치던 무대가 그리워서 노인은

오늘도 거리의 악사로 나셨다

낡은 기타 줄에서 튕겨지는 둔탁한 울림은

허공을 맴돌다 바람 부는 거리에 낙엽따라 뒹글고

찌그러진 깡통 속엔 적빈만 가득한데

눌러 쓴 중절모 밑으로 뱃고동 같은 해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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