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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 한 마리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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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8회 작성일 22-07-11 22:51

본문

수탉 한 마리 / 나희덕

 


독약을 마시고 숨을 거두기 직전

자신의 얼굴을 덮고 있던 흰 천을 벗기며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크리톤, 우리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지고 있네.

잊지 말고 그분께 빚진 것을 꼭 갚도록 하게.*

 

의술의 신에게 진 빚을 갚아달라는 친구를 향해

크리톤은 그리하겠다고 대답했다

소크라테스의 몸이 잠시 떨다가 멈추었고

크리톤은 그의 입술과 두 눈을 고요히 닫아주었다

 

수탉 한 마리의 빚을 남긴 친구를 위해

 

 

---------

*플라톤, [피아돈],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012, 234

 

   얼띤感想文

    文字를 가지고 노는 民族은 세계 몇 되지 않는다. 아예 文字도 없이 말만 있는 種族도 있다. 이 밤에 무엇으로 재미를 더하며 무엇으로 영혼을 깨뜨릴까! 시조 시인 김상옥은 시조 家庭에서 외로신 어무님은 글안해도 서럽거늘하며 가정 속에서 고부간의 갈등과 詩人의 처지를 논했다. 그러고 보면, 이 나라의 이 문자 하나만큼은 참으로 창대한 발명품 아닌가! 이것만큼 확실한 의 뿌리는 없을 것이다.

    詩題가 수탉 한 마리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나오고 그의 죽음에 대한 임종을 그린다. 그리고 그의 곁에 친구가 있다. 크리톤은 그의 죽음에 대한 화답을 하고 의 매개체媒介體로 수탉 한 마리를 끼워 넣었다. 사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맞이할 때 실지 수탉 한 마리를 빚진 건지는 여기서는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다. 의 맥락脈絡과 우리의 영혼을 어떻게 깨뜨릴 것인가가 주안점이다. 하나의 말놀이다.

    요즘 시대에 사는 젊은이는 이해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농경문화 속에서는 흔히 느끼는 일 아닌가! 간밤 제일 먼저 일 깨우는 족은 닭들이다. 꼬끼오꼬꼬꼭 거린다. 우리의 정치 문화 속에 유명한 말을 남긴 어느 정치인은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내 영혼을 일깨우는 수탉 한 마리 비튼다고 해서 가 나올까! 끊임없는 도축만이 칼을 다룰 줄 알며 그 칼을 쥘 줄 알며 그 칼을 갈 줄 아는 것이겠다.

    의술의 신에게 진 빚을 갚아달라는 친구를 향해 크리톤은 그리하겠다고 했다. 의술의 신은 여기서 말하는 아스클레피오스가 아니다. 를 읽고 뜯는 자는 모두 의술의 신이 된다. 를 해체解體하며 영혼을 일깨우는 것이 목적이다. 그것은 바로 수탉 한 마리가 몰고 오는 뒷배경의 아침, 그것을 맞이하는 자만이 쓴 자의 영혼의 빚을 탕감할 수 있게 된다. 크리톤은 그의 입술과 두 눈을 고요히 닫아주었다. 입술과 두 눈과 같은 글을 덮었던 것이다. 를 한 번 읽었다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영혼 오랫동안 발덧을 씻길 이유는 없지만 잠깐이나마 시간을 죽일 수 있었다는 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마감시간이 멀었다. 어쩌나 싶다. 시간을 더 죽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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