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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록체에 대한 기억 / 이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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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4회 작성일 22-07-21 09:46

본문

엽록체에 대한 기억 / 이경주

 


숲을 떠난 푸른빛의 기억이 갇힌 방으로 들어간다 / 형광등 불에 달궈진 자갈과 모래알들이 바닥에 깔리어 / 전갈이 지나는 길을 만들고 있다 / 마른 바람이 눈에 익거나 때로는 낯선 발자국들을 지우는 한낮에는 / 미세한 먹이사슬들이 잠깐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인다 / 여기에서는 모든 것이 하얗다 / 종일 내리쬐는 빛은 벽에 박힌 나무들의 뿌리와 / 그걸 바라보는 죽은 새들의 밥상과 / 좁은 틈새를 뚫고 머리를 든 작은 벌레들의 / 핏줄까지 하얗게 만든다 / 한번이라도 불빛에 닿은 것들은 제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 오후가 저물 때면 변색의 관성은 더욱 강해져 / 누구도 아침을 기억하지 못한다 / 방의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나갈 수 없다 / 아무렇게 발을 들여 놓았다가 / 깊은 사막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풍에 갇히어 돌아설 수 없다 /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 있고 표정이라고는 창백한 빛뿐인 고요한 방이 / 암흑 속을 빠르게 날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 이상하다 분명 하루가 지난 거 같은데 / 눈을 뜨면 다시 그 자리에 와 있고 / 녹색이 사라진 방으로 계속 나비들이 날아 들어온다

 

   얼띤感想文

    동인 단톡방에 오른 한 수다.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보인다. 문장 전체가 차분하다. 詩題 엽록체葉綠體에 대한 기억, 엽록체는 식물의 잎에 주요 기관이다. 빛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을 통해서 녹말을 만든다. 生命體에 하나의 주요 生命線의 역할을 담당한다.

    詩題만 보더라도 얼핏, 失職에 대한 어떤 고통이 묻어 나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코로나 시대를 대변한 로 보인다. 시에서 보면 숲을 떠난 푸른빛의 기억이 갇힌 방으로 들어간다와 저 끝에 이르면 녹색이 사라진 방으로 계속 나비들이 날아 들어온다며 단정한다. 물론 엽록체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社會社會的 역할을 담당하고 살아야 할 시민이 보이는 것이다. 실직에 대한 고통과 그 어느 곳에도 발 붙일 곳 없는 社會를 말이다.

    신춘문예新春文藝 당선작當選作을 보면 하나 같이 느낀 점이 있다. 글 잘 써는 건 기본이고 사회를 반영하는 글이어야 한다는 점, 개인의 일기 같은 라도 사회 소수자의 아픔 같은 것을 잘 대변하거나 묘사한다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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