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얼굴에게 영혼 없는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며 밤 없는 밤을 건너듯 마음 없는 마음을 복기한다 사랑을 위한 사랑은 하지 않기로 시를 위한 시는 쓰지 않기로 사선에서 시작해서 사선으로 끝날 때 연약함을 드러낸 얼굴을 만난 적이 언제였나 결국 거울을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방을 지나 안개 자욱한 거리로 나선에서 시작해서 나선으로 끝날 때 쉼 없는 쉼을 갈구하며 구원 없는 구원에 관한 장면을 떠올린다 사라지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것을 보듯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에 내내 되살리기 위해 오래오래 간직하기 위해 너에게서 얼굴을 지워버렸다 얼굴 없는 얼굴 아래 이름 없는 이름을 새겨 넣고 기억 없는 기억의 온기 속으로 구름 없는 구름의 물기 속으로 입자와 파동의 형태로 번져 나가는 관악기의 통로를 여행하듯 걸어간다 걸어간다 그저 지나치듯이 지나치듯이
얼띤感想文
구름을 달고 / 崇烏
구름을 달고 구름으로 가는 길은 어두운 곳이었습니다 구름만 보이는 주차장에서 다시 한번 고민하고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한 승강기에 구름을 내맡긴 채 오른 구름의 장소, 설교도 없고 그렇다고 설교할 종이 한 장 없이 구름으로 드나들 수 있는 태블릿만 들고나오는 아침, 사거리 지나 다시 영혼이 있을 것만 같은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길은 허다한 구름뿐이었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요 창가에 핀 강아지풀을 봅니다 벌써 가을이 오나, 구름으로 가득한 이 하늘 끝에는 왜 저런 강아지풀이 자라지 않는 걸까요 하늘 향해 손짓하는 저 풀은 무엇이 저리 좋을까요? 지나는 바람에 손 얹어 보내는 손짓에 그만 또 얼굴을 지우고 맙니다 살아 있어 보는 강아지풀 아닙니까? 가을은 이리 오라 하며 무르익은 씨앗의 품을 한껏 입에 물고 흔드는 저 마음을 우리는 뭐라고 합니까 구름 없는 구름의 물기라 합니까 아니면 몸피에 두른 노을의 형태로 번져 나가는 허공의 통로를 꿰뚫는 손짓이라 합니까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건 다만, 이 땅 위에 강아지를 위한 단 한 개의 씨를 위해 흔드는 구름의 울부짖는 소리이므로 그대가 있어 세상은 아름다웠다고 그렇게 가는 영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