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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물고기 /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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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6회 작성일 22-08-03 17:13

본문

취한 물고기 / 김혜순

 


    아빠는 쓰레기통을 방 안에 부었다. 그것도 모자라 요강의 오줌을 방 안에 부었다. 우리는 외할머니 댁에 살고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죽자 외할머니는 주정뱅이가 되었다. 항상 나에게 술심부름을 시켰다. 그때는 누구에게나 술을 팔았다. 심지어 아이에게도. 외할머니는 술을 마시고 끝없이 지저귀었다. 나는 외할머니가 술을 먹는 게 싫었다. 나는 술심부름을 가면 항상 반쯤 마시고 갖다드렸다. 외할머니는 곳간에 술 항아리를 비치하기도 했는데, 그 술 항아리의 술도 내가 반 이상 마셨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일단 술 항아리에서 술부터 한 잔 마셨다. 나는 초등학교 내내 오후엔 취해 있었다. 아빠가 외할머니의 지저귀는 소리에 맞춰 쓰레기 같은 집구석이라고 했다. 외할머니와 나는 알콜릭이 되었다. 아빠가 외할머니와 나, 두 알콜릭을 팽개치고 동생들과 함께 떠났다. 학교에서 돌아오니 큰 마루에 외할머니 혼자 앉아 있었다. 외할머니는 그날 이후 술을 끊었다. 나도 자연히 끊었다. 외할머니와 나는 내가 대학에 갈 때까지 함께 살았다. 할머니는 어버이날 죽었다. 내가 약간 미쳐 있을 때였다.

    술을 마시면 외할머니가 나타난다. 술을 마시면 외할머니의 육성이 강물 속에서 나를 기다린다. 우리는 강물 속에 탯줄을 늘어놓고 식구들 몰래 잔을 든다. 나는 강물 속에서 헤엄치고 외할머니 몸은 물결에 닳아진다. 술에 잠겨 유영하다 보면 바다와 하늘과 땅이 구별되지 않는다. 나는 잔을 들어 외할머니를 천천히 마신다.

 

(별이 운행하는 소리는 얼마만큼일까.

내 몸이 내 귀 안에 꼭 들어맞는 날이 있다.)

 

   얼띤感想文

    봄이 마아악 지나갈 때였다. 아버지는 모판에 찐 모를 지게로 나르고 있었다. 그 찐 모를 무논에다가 덤성덤성 던져 띄웠다. 마실 어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긴 장화를 신고 오신 분 긴 스타킹을 신은 어머님들이 오셨다. 긴 줄 감은 태를 들고 오신 아버지도 있었다. 나는 한쪽에서 그 줄을 붙들고 있었다. 띄엄띄엄 서서 찐 모를 들고 한 옴큼씩 떼며 심기 시작했다. 어랴하며 큰소리 지르며 줄을 넘길 때 어머님과 아버님은 허리를 한 번씩 폈다. 그리고 또 줄을 띄우고 그렇게 해는 넘어가기 시작했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얼룩져 갈 때쯤 아버지는 동네 구판장에 가 막걸리 한 됫박 들고 오라며 심부름시키곤 하셨다. 구판장에 얼른 뛰어가 한 주전자 담아주세요 하고 아주머니께 얘기하면 시원한 단지에서 한 됫박 퍼담는 따끈한 손 나는 그 주전자 들며 노래 부르며 말 뛰기 하며 큰 논까지 걸어갔다. 흰 막걸리 한 주디하면서 그렇게 걸어갔다. 주전자에 든 막걸리가 많지 않아도 아버지는 혼내지 않았다. 다음에는 조금만 마시거라, 하며 얘기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재작년이었다. 그 임종을 보지 못한 못난 아들이다.

 

    별은 왜 혼자 저렇게 우는 것일까?

    내 몸엔 왜 가시가 많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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