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린 지붕 /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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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린 지붕 / 이수명
와보지 못한 거리다. 나는 걸어만 간다. 걸어가면서 비를 맞는 게 좋다. 비를 맞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게 좋다. 머리가 젖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가는 건물은 근사하다. 건물이 금방 나를 막아서고 건물 안을 들여다본다. 아주 많은 의자들, 테이블들, 테이블 위의 긴 병과 납작한 술잔들, 엎질러지도록 한사코 술을 따르는 사람들, 시간이 늦었고 나는 들어갈까 망설인다. 들어가지 않은 게 좋다. 다시 건물을 끼고 지나가는 거리가 좋다. 나도 지나간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지나간다. 지나가면서 얼핏 두 알의 자전거 바퀴를 본다. 자전거 바퀴도 빙글빙글 돌며 근사하다. 조금만 더 가면 이 비가 서서히 그칠 것이다. 거리도 따라서 끝날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 나갈 것이다. 아니 벌써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걸어만 간다.
얼띤感想文
존재의 인식 / 崇烏
아홉 살 때 일이다 할머니께서 대청마루에 앉아 밀가루에 물을 끼얹어가며 홍두깨로 그것을 밀어 나갈 때 퍼져나가는 찐 덕과 쫀 득 국수 공장이 따로 없었던, 좀 더 가까워져 간 주름진 손으로 칼날이 솜덩솜덩 자르면서 펼친 추상과 죽음의 사이 밀가루를 흔치고 펄펄 끓는 물에 그것들은 쪼르륵쪼르륵 마치 뛰어드는 저 다이빙 선수들 울음도 기어코 뱉지 못한 푹 삶긴 유성의 때처럼 밤은 그렇게 오고 국수 한 그릇 곧은 젓가락에 휘감아 들어 올릴 때 청빈한 한때의 거적이 다 덮은 허기를 저기 아무것도 없는 항구에다가 익사체로 던져 넣는 이 어둠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덮어 영영 깨지 못한 삶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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